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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브랜드 '새푸드' 기획 이야기

와이프는 나가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온다. 매우 큰 일을 담당하신다. 그래서 집안 소소한 일들은 내가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나의 일 중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다. 내가 극렬한 환경 보호자는 아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은 주는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버리게 된다. 이럴 땐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뭔가 죄책감이 든다. 


요즘엔 배달 음식을 많이 줄였다. 배달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급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뭔가 색다른 음식을 먹어야 할 때였다. 그래서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다양한 간편식들을 구매를 해둔다. 순대국밥, 감자탕, 탕수육 등 종류가 다양하다. 내가 나중에 뭘 원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이면 여러 가지 구매를 한다. 이렇게 집에 나만의 창고를 만들어 두었다. 배달 음식 방지를 위한 나만의 간편식을 모아둔 곳이다. 이 창고가 생긴 이후에 배달 음식을 줄이게 되었다. 요즘 배달 시간이 짧아졌다고는 해도 간편식을 조리하는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당장 빠른 것을 원하는 내 몸뚱이는 항상 간편식 음식과 배달 음식 중에 간편식에게 선택의 승리를 안겨준다. 


아는 대표님께서 간편식 브랜드의 브랜딩을 요청하셨다. 간편식은 정말 정말 많다. 이미 시장에 비슷한 음식들로 차고 넘친다. 맛있다는 건 차별화로 내세우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코카 콜라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눈 가리고 코카콜라와 펩시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험 결과는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덜 알려진 이야기가 있는데 스프라이트와 코카콜라를 눈 가리고 마시게 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구분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우리 음식이 맛있어요라고 맛만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맛있다고 믿게 만들거나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브랜딩 업무는 제품 패키지가 이미 나온 상황이라 디자인으로 극강의 차별화를 시도하긴 애초부터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브랜드에 관한 스토리로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 어차피 간편식 시장을 서로 맛있다고 우기는 경기장인데 우리는 다른 경기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배달음식 경기장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내가 간편식 제품을 사게 된 이유를 얘기했을 때 우리 팀원들도 의외로 많이 동의를 해줬다. 실제로 팀원들도 환경 때문에 간편식을 사서 배달음식을 줄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팀원은 경제적인 이유로 간편식을 구매했다고 한다. 부쩍 많이 오른 배달료를 지불해야 하는 배달 음식보다 간편식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나도 안다. 애초에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을 안 먹고 집에서 다 해 먹는 게 더 저렴하다는 건.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고를 한다. 나 또한 인간인지라 비합리적인 결정을 늘 한다. 


파타고니아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에 환경 때문에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의류 자체도 좋기 때문에 구매를 한다. 지금 당장 검색해봐도 환경을 보호한다고 부르짖는 의류 브랜드는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를 사람들이 더 많이 구매하는 이유는 환경 보호와 멋진 디자인이다. 참고로 난 파타고니아 옷이 하나도 없다. 솔직히 비싸고 내 눈엔 멋진 디자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매하는 사람들은 파타고니아 디자인이 멋있다고 생각을 한다. 


이번 간편식 브랜드는 파타고니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플라스틱 일회 용기를 줄이고 싶다고.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위에 열거했던 이야기는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데 좋은 이야기가 되긴 하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를 담아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이유는 정말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가 철저히 환경을 보호하는 데 진심이었다. 브랜딩을 제안하는 우리 팀 입장에선 정말 이 브랜드가 환경 중심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집중할 수 있을까였다. 요즘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를 쓰지만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굿즈로 인해 환경에 대한 진심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환경을 언급하는 건 좋지만 여러 가지 구매 이유 중에 하나로 제안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정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으면 포장재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부분들에 탄소를 줄이거나 생분해 가능한 용기 교체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전체적인 콘셉트가 중요했다. 브랜딩을 기획할 때 중요한 건 지금 시대의 문화적 연관성도 중요하다. 아침에 자동차에 기름을 넣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오른 기름값 때문에 우울해졌다. 어제 만난 식당 사장님은 너무 오른 원자재 가격에 고개를 휘둘렀다. 코로나가 끝나고 장밋빛 모습을 기대했던 한국은 기대와는 달리 더 어려워지고 있다. 주식이나 코인 하락도 한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레트로다. 재미있게도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지난 향수를 그리워한다. 최근에 대한민국을 열풍으로 휩쓸었던 포켓몬빵 열풍이 이를 반영한다. 소비자의 지난 과거 속에서 특별한 순간이나 기억에 남아있는 것 중에 친숙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여러 가지를 살피다가 새마을 로고를 떠올렸다. 솔직히 정확히 새마을 운동이 뭔지는 몰랐다. 자료를 찾아보니 농촌 현대화를 위해 국가적으로 시행된 운동이었다. 슬로건은 '잘살아보세'였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똑같다. 더 잘살고 싶다. 과거에 '잘 산다'는 건 경제적인 측면만 강조되었다면 현재 '잘 산다'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함께 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강조되었던 코인과 주식 열풍 그리고 명상이나 미라클 모닝과 같은 개인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노력들을 담기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과거에 성공한 사례로 기억되고 있는 새마을 운동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칭송받기 위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3가지 요소를 브랜드 어드머레이션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새마을 운동을 표방한 간편식 브랜드 '새 푸드'는 이 이야기를 담기에도 최적화되어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신뢰를 얻기 위한 전문성, 사랑을 받기 위한 정감성과 존경을 얻기 위한 공감성. 


신뢰를 얻기 위한 전문성 : 잘 먹어보세 - 오랜 시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왔으며 한국 유수 외식업 브랜드에 납품해온 전문가가 만든 간편식 


사랑을 받기 위한 정감성 : 잘 살아보세 - 식사의 멋진 경험. 이전에 음식은 에너지원이었다면 이젠 경험입니다. 가족과의 행복, 1인 가구를 위한 멋진 식사, 캠핑족들을 위한 간편하고 맛있는 식사 경험을 만들어 드립니다.


존경을 얻기 위한 공감성 : 잘 아껴보세 - 배달음식과 비교해서 1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으며, 소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늘 하던 브랜딩 서클로 차례로 채워보았다. 



브랜드 본질 : 우리는 간편식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들의 특별한 장소에서 맛있는 식사 경험을 제공합니다.

브랜드 비전 : 천편일률적인 간편식 시장에서 더 이상 소비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간편식을 제공한다.

브랜드 미션 : 최고의 전문가들로 최상의 식자재를 사용하여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브랜드 가치 : 맛있는, 즐거운, 환경에 신경 쓰는 

유사 브랜드 : 맛있는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엄마), 즐거운 (디즈니랜드), 환경에 신경 쓰는 (파타고니아)

브랜드 대표색 : 초록과 노란색

브랜드 슬로건 : 잘살아보세! 잘 먹어보세! 잘 아껴보세!

팬 : 3회 이상 새푸드 간편식을 구매한 고객

팬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 :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제안 콘텐츠 : 일반인이 추천하는 맛집 Best 5

혜택 : 3회 이상 새푸드 간편식 구매 시 3,000원 할인 쿠폰 제공 


이제 브랜드 콘셉트를 정했으니 다음 중요한 건 간편식을 검색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눈에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불고기 간편식을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최소한 첫 번째 페이지에는 우리 브랜드가 노출되기, 스마트 스토어에서 검색 시에도 최소 첫 페이지에 노출되기.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구매 여정에 반드시 노출되어야 한다는 첫 번째 원칙에 충실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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