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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의 등장, 우리 아이 교육은?

두 딸을 키우고 학원에서 일하는 마케터


며칠 전, 대전에 살고 있는 동생네 집에 놀러 갔다. 의대 교수인 동생은 챗 GPT의 놀라운 기능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했던 터라 정말 새롭진 않았다. 하지만 동생이 보여주는 기능을 보면서 나도 적잖이 놀랬다. 챗 GPT를 통해서 논문의 초록(abstract)까지 만들 수 있을 거란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심지어 추후엔 논문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영어학원과 브랜딩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은 나의 시선을 완전히 잡았다.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두 딸 아빠로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학원 쪽에 일하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하다. 그래서 관련 자료도 읽어보고, 유튜브 영상도 보면서 내 나름대로 결론.


*TV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인 하나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요즘 여러 종류의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모니터를 보면서 공부를 한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방대한 정보를 보여줄 때 일부 사람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긴 글을 읽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프린트를 해서 다시 읽곤 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익숙함의 문제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를 통해 긴 글을 문제없이 읽는다.


*미국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 계산기 사용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몇 년 뒤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중에 재미있던 결과는 수업 중에 계산기 사용을 허용한 경우에도 수학 능력은 저하되지 않았다고 한다. 잘 생각해 보면 NASA(미국 항공 우주국)도 계산기를 쓴다. 과연 계산기를 쓰는 나사 직원들 수학 능력은 저하되고 있을까?    


*슬프게도 산업 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 목적은 대량 생산에서 분업을 담당할 쓸만한 노동자 양성이 목적이었다. 교수자(선생님)가 교실 앞에서 학습을 전달하고 학습자(학생)들은 시험을 통해서 평가받는다. 놀랍게도 이 시스템은 인터넷이 등장하고,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나와도 바뀌지 않았다. 챗 GPT가 등장해도 크게 바뀌지 않을 듯한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아직도 수업 시간에 계산기를 쓰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어떤 학교를 가야 할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등. 개인적으로 난 교육의 목적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간 양성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평균 4개의 직업을 가질 거라는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늘 의문이 든다.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공부도 하고 거주도 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 나름대로 한국에서 애플과 구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존 시스템에 순응하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배운다. 우리는 왜?라는 의문을 가질 기회가 없았다. '왜 MP3, PDA와 전화기를 합치면 안 되지?'라는 의문은 아이폰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갤럭시를 따라 만들었다. '왜 모바일 운영체제를 우리만 써야 하지?'라는 의문은 엄청난 점유율을 자랑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우리의 삼성과 엘지는 그 운영 체제에 종속되었다. 


*인터넷 등장으로 우리 아이들은 목적에 맞는 정보를 '잘 찾고' 그걸 취합해서 본인 의견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리포트를 쓰고, 에세이를 적고, 회사 보고서를 만들어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챗 GPT는 '잘 찾고'의 역할을 해준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챗 GPT가 나온다고 하니 '잘 찾고'는 이제 이 아이에게 맡기면 될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본인 스스로 사고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아무튼 챗 GPT와 교육에 관한 나의 결론.


1. 인터넷이 나와도, 인공 지능이 나와도, 스마트폰이 나와도 바뀌지 않았던 공교육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우리 아이들은 주입식 암기 교육을 계속 받을 듯하다. 불쌍한 우리 딸들.


2. 계산기가 등장했고 우린 그걸 사용했다. 인터넷이 등장했고 우린 그걸 사용했다.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우린 그걸 사용하면 된다. 우리 딸들은 챗 GPT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 물론 사용법이 너무 쉬워서 배운다는 표현을 쓰기가 머쓱하다.


3.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왜?'라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챗 GPT는 '왜' 이런 결론을 제시했는지, 지구상에 쓰레기는 '왜' 이렇게 많은지, 저 사람들은 '왜' 비생산적인 일을 반복하는지와 같은.    


4.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창의성은 다양한 관점 갖거나 여러 경험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딸아이들을 주말이면 가지 않던 곳을 데려가고, 해보지 않았던 많은 일을 함께 해본다.



세상은 바뀌지만 교육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속상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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