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식업에 문외한은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난 호주에서 요리 학교를 3개월 정도 다녔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 두기 했지만 내 인생에서 공식적인 기관에서 요리를 배운 기록은 남기게 되었다.
내가 식당에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다. 호주에 가면 호주인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저절로 영어가 늘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현실은 영어 학교에 가면 나와 똑같은 영어실력을 가진 동양 친구들과 영어를 못하는 유럽 친구들과 공부를 했다. 백인도 영어를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동양인 남자가 호주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는 비교적 쉽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들과 내가 한국에서 친구가 될 기회가 없었던 거와 같다. 만날 기회도 없고 딱히 이유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어떻게 하면 호주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결론은 그들과 일을 하는 거였다. 원하건 원치 않건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일하게 된 식당이 Radio Cairo라는 레스토랑이었다. 물론 영어로는 Dish Washer. 한국어로는 접시닦이였다. 난 이 일이 너무 좋았다. 주방에 있는 호주 셰프들과 일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영어로 이야기를 해야 했다. 물론 바쁜 주말에는 접시만 닦았지만. 이 식당이 특이한 시스템이 있는데 오래 일하면 포지션이 올라간다.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처음엔 디저트와 샐러드를 만들게 하고 조금씩 올라가서 나중에 메인 셰프는 아니지만 수셰프 정도는 올라갈 수 있었다. 파인 다이닝 식당이 아니니 가능했던 것 같다. 아무튼 호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1주일에 하루 정도는 꾸준히 일을 했다. 그냥 순전히 정말 재미있었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즐거워서 꾸준히 일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일했지만 어쨌든 난 경력 4년의 셰프가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름 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한국을 가거나 놀기 위해서 일을 쉬었다. 그리고 기말고사와 중간고사 때는 일을 하러 가지 않았다. 놀랍지만 내가 일했던 식당의 셰프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그렇게 데리고 일을 했었다.
한국에 와서 결혼을 하고 호주에 다시 가서 일주일에 2번 정도 일한 곳이 있었다. Arts Hotel의 펍에서 일했는데 스테이크, 파스타나 피시 앤 칩스를 파는 전형적인 호주 펍이었다. 하지만 스페셜 메뉴를 만들 기회가 내가 근무하는 날에 주어졌는 데 이때 요리가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여차저차 해서 여기에 다 담을 수 없는 슬프고 기가 막히고 다이내믹한 이유 때문에 난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어쩌다 보니 요리와는 인연이 더 없었다. 그냥 남이 만든 요리를 먹는 인연만 43년째 이어가는 것만 빼고.
부산에 와서 살면서 나에게 소중한 동갑내기 3명의 인연이 생겼다. 한 명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온라인에서 해산물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냥 마케팅만 하고 있던 나.
그러던 중 정말 우연히 셋이서 '우리 식당을 함께 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우리 세명이 그냥 객기로 혹은 호기심에 식당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만 그렇다. 나는 위에 구구절절이 적은 것처럼 요리를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외식업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또 다른 한 명은 젊은 시절에 족발을 꽤나 잘 삶았고 식당 관리도 기가 막히게 했던 사람이다.
나중에 더 적긴 하겠지만 아무튼 결론은 12월 12일 토요일에 지인들만 초대해서 일단 개업식을 한다. 오후 5시에 오픈해서 오후 9시까지만 식사를 제공해드릴 예정이다. 화환 따윈 필요 없고 개업식날 맛있게 식사하시고 식사값만 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듯하다. 두 딸의 피아노 학원비를 벌기 위해 함께 시작한 식당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면 좋겠다.
*오쓰 식당에 관한 글을 기회가 되는 대로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