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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살 동갑내기 셋이서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4

맛있는 음식 


[오쓰 식당에서 신메뉴 '원조 대연동 후라이드 순살 닭다리탕'을 출시했습니다]



'맛있는 음식'


참 어려운 단어입니다. 애초부터 맛은 주관적이라 객관적인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오롯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를 보고 좋고 나쁨을 정하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려운 듯합니다.


'맛있다'는 이 주관적인 표현은 참 어렵습니다.


보통 '맛있다'는 음식점을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정리한 게 100% 맞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주관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첫째, 줄 서는 집입니다. 인간은 손실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면 손해를 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줄 서는 집에 가서도 이 집 음식 맛없다고 평가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줄 서는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력한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둘째, 오래된 집입니다.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 결정에서 많은 정보를 검토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이 그래서 존재를 합니다. 최소한의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기 원합니다. 일단 오래된 식당은 사람들에게 맛있기 때문에 오래 장사를 한다는 믿음을 줍니다.


셋째, 요리사가 믿음이 갑니다. 언론에 스타 셰프들이 등장을 하면서 저 요리사가 하는 음식에 관한 신뢰를 느낍니다. 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미슐랭에서 별점을 받은 식당에서 일한 경력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백종원 아저씨가 론칭한 가게에 사람들이 가는 이유에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들어가 있습니다.


넷째, 스토리 텔링과 비주얼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 조상님들의 이야기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등장을 하면서 예쁜 음식들은 자발적인 입소문과 '맛있다'라는 선입견을 함께 줍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한 줄을 선다거나 혹은 오래되었다 거 나는 스토리. 그리고 재료에 관한 이야기나 가게에 관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높여줍니다.


손님들이 이런 표정을 지어주셔야 가게는 줄을 섭니다.


나름 미식가라 생각하는 저조차 믿고 싶지 않은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블라인드 테스트입니다. 테스트 전에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가리고 마시게 했더니 펩시가 더 맛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음료 자체를 마신 게 아니라 브랜드를 마시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의 미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매우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이 테스트에 관해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더 재미있는 실험도 있었습니다. 유명 블로거 ' 더 기븐'이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콜라와 사이다 맛을 구분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결과는 더 놀라왔습니다. 참가자의 반 정도만 구분을 했다는 겁니다. 콜라와 펩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콜라와 사이다는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거라는 사람들 생각은 빗나가버린 겁니다. 우리 머릿속엔 검은색 콜라와 투명색 펩시가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맛으로만 판별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쓰 식당을 오픈할 때 '닭다리탕'을 메인 메뉴로 시작을 했습니다. 솔직히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닭다리탕을 일정한 맛으로 꾸준히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식당 음식은 일관되어야 고객들이 꾸준히 온다는 것쯤은 9살 된 우리 딸도 아는 상식입니다.


전에 이미 이야기를 했지만 요리 학교도 다녔고 호주 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유명한 요리 학교는 아니지만 Homles Institute에서 Commercial Cookery에 3개월을 다녔습니다. 막상 적고 나니 '3개월'이라는 단어가 부끄럽네요. 여하튼 호주에서 일했던 식당은 'Radio Cairo'와 'Arts Hotel'입니다.


Radio Cairo는 이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을 일한 곳은 Radio Cairo라는 아프리칸 인디언 레스토랑입니다. 최근에 이 식당 홈페이지에 가서 메뉴를 확인했더니 제가 일할 때 열심히 만들던 음식이 있던 걸 확인했습니다.


'Ugandan Nile Perch & Clam: Molee'


직접 드셔 보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개인적을 생각하는 이 음식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튀긴 음식'을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간 소스에 담아 나간다는 겁니다. 갓 튀긴 음식이 소스에 담겨 나가는 그 조합은 안 먹어 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니 10년 동안 메뉴에서 꾸준히 버티는 이유입니다.


흔히들 '신발은 튀겨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식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탕수육, 후라이드 치킨, 도넛 등은 튀긴 음식입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 닭가슴살 샐러드만 드시는 분들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저 메뉴는 생선을 고온의 튀김기에서 바싹 튀긴 후 앞서 말한 카레에 나가는 음식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메뉴를 만들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음식을 만들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떠나서 지구 상 인류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템 자체를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를 봐도 이건 불가능한 도전임을 알 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일단 닭을 튀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닭다리탕을 드시면서 뼈를 발라먹는 게 귀찮다는 의견도 반영해서 닭다리 순살을 쓰기로 했습니다. 원래 판매하던 닭다리탕 국물은 대부분 좋아하시 길래 그대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닭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 오쓰 식당의 신메뉴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메뉴명을 일러드리겠습니다. 춘천 닭갈비, 전주비빔밥처럼 지역명과 음식명을 쓰는 게 외식업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원조 대연동 후라이드 순살 닭다리탕'


1. 순살 닭다리를 염지 한다. 화학 염지제를 쓰지 않고 물, 후추, 소금, 식초 등을 넣어서 최소 30분 이상 담가 둡니다.


2. 자연 염지 된 닭다리살의 물기를 제거하고 올리브유에 그들을 적시고 후추와 오레가노를 뿌립니다. 오레가노는 닭고기 요리에 잘 어울리는 데 전에 일했던 'Arts Hotel' 셰프님이 일러주셨습니다.


3. 오쓰 식당의 비밀 레시피로 만든 소스와 육수를 전골 그릇에 넣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감자를 미리 넣습니다. 육수도 깊은 맛을 위해서 그냥 물이 아니라 닭발 뼈로 오랜 시간 고아 내서 사용합니다. 여러분이 삼계탕 집에서 드시는 그 맛있는 육수의 비밀도 닭발 뼈에 있습니다.


4. 3번에서 준비된 닭다리살을 치킨 믹스로 정성껏 감싼 후 180도의 고온 튀김기에 4분간 튀겨줍니다. 이때 이미 이 닭의 바삭함은 엄청납니다.


5. 4번에서 만든 닭을 팔팔 끓고 있는 전골에 넣고 면사리를 넣습니다.


6. 맛있게 보이고 진짜 더 맛있게 하기 위해 가운데를 높게 쌓고 하얀색 새송이 버섯과 파로 예쁘게 치장을 시킵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나오자마자 바삭한 닭을 국물에 찍어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네, 이런 메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체중이나 건강을 위해 극도로 튀긴 음식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시고 매콤한 음식을 즐겨 드시는 분들이 시라면 만족하실 겁니다. 대충 만든 음식은 아닙니다. 요리법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하나하나 정성을 담았습니다.


할 일 없으시고 심심하신 분들은 오쓰 식당에 들리셔서 '원조 대연동 후라이드 순살 닭다리탕'을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사람들 마다 각기 다른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맛의 영역'이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드시고 맛있다고 소문내지 말아 주세요. 줄 서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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