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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호 Jun 24. 2023

동생이 해준 엄마 반찬

어린이대공원에서 맛본 진미채 무침

오징어채 무침이나 볶음이라고 불리는 반찬. 엄마가 제일 잘하는 마른반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다. 나는 진미채 무침, 볶음으로 부른다.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엄마랑 내 동생, 옆집 이모와 남매랑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갔다. 으레 나들이에 도시락을 싸가던 시절이었다.


양쪽 집 엄마들이 도시락을 쌌는데, 우리 집은 주메뉴가 진미채 무침이었다. 옆집은 줄줄이 비엔나였던 것 같다.


밥은 둘 다 흰쌀밥이었다. 그때 나는 비엔나소시지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날 비엔나는 제쳐두고 진미채 무침에만 젓가락을 댔다.

동생이 무친 오징어채.

엄마가 집밥으로도 해준 반찬이었지만 야외에서, 그것도 어린이대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먹는 흰쌀밥과 진미채 무침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밥반찬으로 가장 좋아하는 게 진미채 무침이다. 물론, 비엔나소시지도 입에 달고 산다.


얼마 전이다. 처음으로 내 동생한테 진미채 무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어린이대공원에 갔을 때 동생은 4~5살이었다.


나이 차로 보면 동생은 그때 어려서 진미채 무침을 잘 먹지 못했을 거 같다. 세월이 지나 동생은 진미채 무침을 잘 먹기도 하고 만들 줄도 안다.


진미채 두 봉지를 사서 동생에게 "하나는 너 하고, 하나는 오빠 만들어주라"고 말했다. 흔쾌히 수락한 뒤 동생이 하는 말에 울컥했다.


"오빠. 엄마가 하는 반찬 내가 다 배워야 되는데, 그렇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엄마 나이가 몇인데, 아직 멀었어"라고 말했지만 '동생이 배워야 나중에는 엄마표 진미채 무침을 먹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은 "나는 진미채 무침보다 볶음이 자신 있다"면서 "엄마가 하는 무침이 더 맛있긴 하지"라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무침이 맛있다"라며 어쭙잖게 엄마표 진미채 무침 레시피를 설명했다. 진미채를 살짝 데쳐서 마요네즈, 고추장만 넣어 잘 섞으면 된다고.


동생은 "아니"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레시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생각한 양념에다 추가로 들어가는 것들이 더 있었다.


며칠 뒤,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바쁘지 않으면 반찬 가지러 와."


나는 세 시간 정도 지나 반찬을 가지러 갔다. 동생은 두 가지 반찬을 더 챙겨줬다. 내가 다 좋아하는 반찬이다. 햄감자볶음, 멸치볶음.


반찬을 갖고 와 즉석밥을 돌렸다. 아까워서 마음껏 먹지도 못했다.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갔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동생이 해준 햄감자볶음.
동생이 만든 멸치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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