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해준 엄마 반찬
어린이대공원에서 맛본 진미채 무침
오징어채 무침이나 볶음이라고 불리는 반찬. 엄마가 제일 잘하는 마른반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다. 나는 진미채 무침, 볶음으로 부른다.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엄마랑 내 동생, 옆집 이모와 남매랑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갔다. 으레 나들이에 도시락을 싸가던 시절이었다.
양쪽 집 엄마들이 도시락을 쌌는데, 우리 집은 주메뉴가 진미채 무침이었다. 옆집은 줄줄이 비엔나였던 것 같다.
밥은 둘 다 흰쌀밥이었다. 그때 나는 비엔나소시지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날 비엔나는 제쳐두고 진미채 무침에만 젓가락을 댔다.
동생이 무친 오징어채. 엄마가 집밥으로도 해준 반찬이었지만 야외에서, 그것도 어린이대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먹는 흰쌀밥과 진미채 무침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밥반찬으로 가장 좋아하는 게 진미채 무침이다. 물론, 비엔나소시지도 입에 달고 산다.
얼마 전이다. 처음으로 내 동생한테 진미채 무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어린이대공원에 갔을 때 동생은 4~5살이었다.
나이 차로 보면 동생은 그때 어려서 진미채 무침을 잘 먹지 못했을 거 같다. 세월이 지나 동생은 진미채 무침을 잘 먹기도 하고 만들 줄도 안다.
진미채 두 봉지를 사서 동생에게 "하나는 너 하고, 하나는 오빠 만들어주라"고 말했다. 흔쾌히 수락한 뒤 동생이 하는 말에 울컥했다.
"오빠. 엄마가 하는 반찬 내가 다 배워야 되는데, 그렇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엄마 나이가 몇인데, 아직 멀었어"라고 말했지만 '동생이 배워야 나중에는 엄마표 진미채 무침을 먹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은 "나는 진미채 무침보다 볶음이 자신 있다"면서 "엄마가 하는 무침이 더 맛있긴 하지"라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무침이 맛있다"라며 어쭙잖게 엄마표 진미채 무침 레시피를 설명했다. 진미채를 살짝 데쳐서 마요네즈, 고추장만 넣어 잘 섞으면 된다고.
동생은 "아니"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레시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생각한 양념에다 추가로 들어가는 것들이 더 있었다.
며칠 뒤,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바쁘지 않으면 반찬 가지러 와."
나는 세 시간 정도 지나 반찬을 가지러 갔다. 동생은 두 가지 반찬을 더 챙겨줬다. 내가 다 좋아하는 반찬이다. 햄감자볶음, 멸치볶음.
반찬을 갖고 와 즉석밥을 돌렸다. 아까워서 마음껏 먹지도 못했다.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갔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동생이 해준 햄감자볶음. 동생이 만든 멸치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