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호 Jul 10. 2023

무엇이 엄마 반찬일까?

열무김치, 깻잎장아찌

엄마가 나섰다. 동생이 내게 반찬을 해줬다는 말을 듣고 직접 팔을 걷어 부쳤다.


엄마는 요즘 김치 담그는 것도 힘들다며, 예전처럼 반찬을 해주는 일이 드물었다. 아이를 셋이나 낳고 키운 엄마의 기력은 쇠할 만도 하다.


동생이 해준 반찬을 아직 다 먹기도 전에, 엄마는 동생을 불러 열무김치와 깻잎장아찌를 만들어 보냈다.

엄마가 보낸 열무김치.

열무김치는 옆집 누나가 찾아와 "진짜 맛있다"며 모두 해치우고 갔다. 옆집 누나, 친한 형, 나 이렇게 셋이 둘러앉아 열무김치에, 계란찜과 쌀밥을 비벼 순식간에 먹었다.


깻잎장아찌는 동생이 해준 오징어채무침, 멸치볶음과 함께 밑반찬으로 부지런히 먹고 있다. 마늘과 양파를 넉넉히 넣고 만들어 고기를 먹을 때도 곁들였다.


주말에 집안 행사가 있어 엄마를 만났다. 나는 엄마에게 "열무김치는 벌써 다 먹었고 깻잎장아찌는 적당히 짜서 먹기 좋다"라고 말했다. 나는 요즘 싱겁게 먹는다.


엄마는 "열무김치를 더 해주겠다"라고 말하면서 깻잎장아찌는 동생이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간을 동생이 맞춰 더 맛있는 것 같다고.

깻잎장아찌가 되기 전 깻잎들.
깻잎을 눌러주는 과정인가?

나는 속으로 '이제 동생이 엄마만큼 음식을 한다고? 벌써?'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 36살이니, 엄마가 36살일 때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동생이 엄마 손맛을 낼만큼 세월이 지났다. 나만 잊고 살았나 보다.


"엄마 반찬 잘 먹겠습니다, 동생 정말 고마워."

방금 만든 깻잎장아찌.
익은 깻잎장아찌.


작가의 이전글 차이나타운의 맛을 열우물로 옮겨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