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는 이야기가 있다. 또 추억이 담겨 있다. 긴팔 3벌, 반팔 2벌을 버렸다. 봄가을옷 3벌, 여름옷 2벌로도 나눌 누 있다.
파란색 줄무늬 긴팔티셔츠는 커플티였다. 부평역지하상가 커플티 전문매장에서 샀다. 그때는 어지간히 사랑했나 보다.
빨간색 카라, 파란색 소매인 흰색남방은 커플티를 같이 입은 그 사람과 서울에 갔다가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세일상품이다.
차이나칼라 회색남방은 단추가 3~4개 있고 그 아래는 티셔츠처럼 돼 있는 퓨전이다. 남방 같은 걸 입기는 해야겠는 어떤 그런 나의 직업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샀다. 커플티랑 같이 간 것 같다.
옅은 모래 황갈색을 띤 베이지색 반팔남방은 사이가 원만할 때 커플티가 사다준 옷이다. 군말 없이 입었다. 어지간히 사이가 좋았나 보다. 하늘색과 두벌을 사 왔다. 옷이 펄럭거려, 거슬렸다.
회색재킷은 커플티랑 사이가 나쁠 때 그런 어떤 직업 때문에 겨울재킷이 필요하던 차에, 혼자 거닐다 들어간 어느 교회 바자회에서 싸게 구했다.
이런 이야기가 담긴 옷 5벌을 버렸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다. 물건에는 누군가와 추억이 있고, 누군가의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오래된 건 돌 때 입은 한복조끼, 그다음이 중학교 교복, 체육복이다. 가끔 그 옷들을 보면 한 살 때 찍은 돌사진 속 내가 떠오르고 연필을 잡던 그 순간이 기억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또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내가, 체육복을 입고 씨름하다 바지주머니가 다 터져도 웃고 있던 내가 생각난다.
추억만큼 인간관계를 끈끈히 하는 건 없다. 옷에는 그 추억이, 현장이, 상황이, 사람이, 사랑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내가 잘 버리지 못하는 물건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나는 낡은 옷들은 버리고 있다. 옷도, 추억도, 사람도 같이 잊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