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 어릴 적 시절을 되돌아본다. 한 손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풍선을 들고서 유치원 입구에 발을 내딛던 순간, 왕자 대접을 받던 집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출발은 그 시절 유명했던 만화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역할놀이를 하며 순탄한가 싶더니
초등학교 3학년, 처음으로 친구에게 주먹질을 당한다, 그것도 얼굴에.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다가 실수로 친구를 밟아버린 탓인데 바보같이 맞고만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나지만, ‘밟힌 친구를 보고도 모른 척 한 나는 왜 그랬을까?’, ‘그 친구는 주먹으로 밖에 표현을 못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남는다.
초등학교 5학년, 이번에는 나도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TV에서 본 건 있어서 몸을 좌우로 피하고 잽도 날려본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싸움의 시작은 의도치 않은 나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기분 상한 친구의 주먹질 때문이었는데, 여기에서도 ‘친구는 나에 대한 서운함을 주먹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까?’, ‘나는 친구가 서운해할 정도로 밖에 표현을 못했나?’라는 의문점을 남긴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미숙한 표현으로 인해 오해라는 불씨가 생겨나고, 크게 번져 결국 싸움에까지 이른 경험들이 있다.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맛있는 안주거리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철없는 시절의 작은 오해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소년기의 갈등을 다룬 문학작품을 찾아 나섰고, ‘파수꾼’이라는 독립영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함축성이 느껴져 궁금증을 자아냈고, 독립영화이다 보니 청소년기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와는 달리 작가의 주제의식과 전달하려는 바가 또렷하게 나타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영화를 보게 된 경로를 말하자면,‘네이버 Npay 결제’를 통해 ‘굿 다운로더’ 캠페인에 참여하였음을 당당히 밝히는 바이다.
영화 ‘파수꾼’은 2011년 3월에 개봉했던 ‘윤성현 감독’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영화는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적인 사고, 상상 속의 관중, 서투른 의사소통 능력 등으로 인해 오해가 쌓여 서로에게 경계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모습이 마치 ‘파수꾼’과 비슷하다.
주인공 기태의 자살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그와 친했던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간 대화가 부족하여 몰랐던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물어보며, 기태의 고등학교 시절과 현재 아버지가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전환되는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기태는 애정결핍 증상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수많은 관중 속에서 홈런을 치는 자신을 상상하며 전형적인 상상 속의 관중을 그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청소년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태에게 절친한 친구였던 백희(희준)와 동윤은 그의 화려함을 더해 줄 뿐만 아니라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는 그에게 더욱이 소중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왼쪽부터 기태, 동윤, 백희
그런데 보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통의 문제였다. 기태는 가장 먼저 백희와 사이가 멀어진다. 백희는 '동윤이와 기태는 중학교 때부터 친해왔고 자신은 고등학교 친구이기에, 셋이 다니면서도 항상 그 둘 사이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기태를 좋아하는걸 알게된 이후로 계속 꿍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백희의 행동이 탐탁지 않았던 기태는 결국 백희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기태의 폭력에는 애정결핍과 상상 속의 관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태의 폭행을 알게 된 동윤은 기태에게 사과할 것을 권유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기태는 백희에게 사과를 하러 가지만, 백희는 “널 친구로 생각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라며 직설적인 표현으로 친구관계를끊으려 한다. 백희의감정섞인 말에는 과장이 담겨 있지만, 기태는 “친구로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라는 말에 마음의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폭력을 행사한 기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백희의 기태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고 쌓아 두어 오해를 낳은 것 또한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한 명이 자신으로부터 떠나가고, 동윤 또한 '기태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험담했다'는 오해가 생겨 기태에게 “네 옆에 친구 둘이 너를 왜 떠나는 줄 알아? 네 옆에 있으면 역겨워서 그래.”라는 말을 뱉어버린다. 이는 결국 기태의 자살에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동윤과의 관계마저 틀어진 후 기태의 모습
영화를 보는 내내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 라는 생각과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뱉은 말이 상대방의 감정에 끼칠 영향에 대한 생각의 부재, 그리고 불충분한 표현력은 세대가 지나도 청소년이 이겨내야 할 과제로 되풀이될 것이다.
어릴 적 갈등 경험을 떠올리며, 갈등의 중심은 의사소통능력의 부재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감상하였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의 극단적인 죽음은 표현의 부족함으로 대화가 줄고, 사사로운 감정이 쌓여 한 번의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폭발해버린다는 해석을 했다.
이는 단순히 영화 속에서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이 겪게 될 것이며, 완전히 피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미래를 살아가야할 아이들에게 청소년 시절의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락에 빠지게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고, 이들에게 고난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익숙한 공간인 학교에서 학업을 제외한 교육에 소홀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며, 청소년 자살률이증가하는 것도 입시위주의 교육의 폐해 중 일부로 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으로 인해 생겨난 부작용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청소년기에 보이는 행동에 대해 단순히 나무랄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교육이 필요하고, 새로운 사회적 배경이 갖추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