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주말 2

by 청아연

뿌옇다. 도시 전체가 뿌옇다.


홍대입구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인건 하늘이었다.


전광판의 미세먼지 표시는 온통 빨간색이었다.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경의선 숲길 입구를 지나 연희동 방향으로 걸어갔다.

집에서 나왔을 때의 손과 얼굴의 시림은 없었다.

완만한 고갯길이 시작되었다. 버스가 옆을 빠르게 지나가자 바람이 와닿았다.

옷깃을 다시 여미고나니 가방을 든 손은 주머니로 들어갔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반짝여 뛰어서 건넜다.

마스크 속에 물방울이 맺힐 때쯤 연필 가게가 보였다.


오토바이가 잔뜩 있는 1층의 중앙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층계에는 연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짧은 복도를 지나 매장으로 들어갔다.

내부를 들어서자마자 보인건 연필, 고개를 돌려도 연필이었다.


마스크를 벗으니 익숙한 나무향이 코로 들어왔다.

이어폰을 빼자 사람들이 연필로 만드는 소리가 클래식 음악에 작게 더해졌다.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하자 설명문으로 눈이 갔다.

샘플이 붙은 연필을 들어 글씨를 썼다.

종이에 검정이 그려지며 사각 소리가 났다.


필통의 내부를 닮은 트레이에 새 연필을 3개 올렸다.


위에서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이마에서 땀이 나자 겉옷을 벗어 팔에 걸었다.


뒤를 돌아 중간의 매대를 봤다.

병으로 된 연필깎이에 눈이 갔다. 트레이에 상품이 하나 더 얹어졌다.


샘플을 들어 글씨를 적었다.

종이에서 미끄러지는 게 거침이 없었다.

설명문을 읽다가 가격을 보고 내려놨다.


안쪽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이는 창가 앞 책상에 앉았다.

종이 질문지와 연필이 보였다.


<연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흔적을 남기고 연필이 그려진 스티커와 함께 붙였다.


뒤를 돌자 몽당연필이 잔뜩 담긴 통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을 열어 봤지만 짧은 연필이 보이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자 점원은 연필이 담긴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밀랍으로 봉인된 것처럼 보였다.

손을 대보니 스티커였다.

짧은 복도를 지나 출구로 나오는데 큰 연필이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오자 코에 남은 연필향이 점점 옅어졌다.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찼다.

이마의 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비출 시간이었음에도 하늘은 뿌옇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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