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걸음

by 청아연

07:20 AM MON


평소와 같은 시간이었다.

눈을 억지로 감아봤지만 이내 다시 떠졌다.


양치를 하고 샤워를 했다. 편한 옷을 입고 아파트 입구로 나왔다.


단지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 덜 녹은 눈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였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차들이 한 대씩 사라지고 있었다.


멀리 인도에 두 사람이 보였다.

허리가 굽은 백발의 할머니는 보행기를 밀며 느리게 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여자는 할머니의 걸음에 맞춰 한 걸음씩 걷고 있었다.


옆을 지나쳐 단지 밖으로 나왔다.

역 쪽으로 걷는 정장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볼에 와닿는 추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고 발을 떼는 순간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옆에 서있던 학생이 멈춰 서서는 멀리 사라지는 오토바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횡단보도를 건너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나고 고소한 커피 향이 퍼져 나왔다.

커피를 받아서 밖으로 나왔다.


횡단보도 앞에 서니 멀리 버스가 보였다.

정류장에 사람이 없었다.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다가 금세 사라졌다.

커피를 든 손이 차가워져서 빠르게 걸었다.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왔다.

저 멀리 보행기를 미는 할머니가 보였다. 그 옆에 여자도 함께였다.


거리가 금방 좁혀지고, 옆을 지나쳐서 집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주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길 위에서 둘은

여전히 한 걸음씩 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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