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영 배우기
“회원님, 발을 꺾어서 풀지 말고 내린 다음 힘차게 모아 주셔야 돼요. 그러면 발목이 돌려지면서 물을 잡아서 추진력이 생기는 거예요.”
“평영이 자유형, 배영이랑 발 차는 게 달라서 처음 배울 때 안 되는 분들이 많아요. 자꾸 회원님처럼 발등으로 차려고 하시기도 하고...”
수영을 배워 물에서 좀 더 익숙해지려고 했던 것은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영상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움직임처럼, 긴 핀이 꼬리처럼 움직이며 물속을 유영해 나가는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가 바라보다가, 나도 저만큼은 아니지만 얕은 바닷가 물속에서 편히 움직이며 유영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물에 대한 공포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던 평소의 생각은 어디로 간 걸까?’
술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친한 형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은 프리다이빙보다는 스노클링 같다고 말했으나 개념이야 어떻든, 어느 것이라도 물과 친숙해져야 하는 것은 맞다.
코로나 국면이 아직 안정된 것은 아니라 수영을 수강 신청한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달 초 PCR 검사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온 후, 7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난 후이니, 운신을 하는 데 심리적으로 조금은 편안함이 생긴 상태라 사람들이 아직 등록을 많이 하지 않는 이 시기가 오히려 수영 배우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록을 하고 초급반을 배정받아 수영을 하게 되었을 때, 강사 선생님이 각자의 진도에 대해 물어봤다.
평영을 하고 접영을 들어갈 사람들, 나를 포함해서 평영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 배영을 시작하는 사람. 자유형부터 배워야 하는 사람. 이렇게 진도가 다른 여러 사람이 섞여 있으니 강사는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강사도 이 수영장으로 와서 처음 맡게 된 강습이었으니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여기저기 신경을 쓰느라 부산하다. 초보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중급으로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반이 편성된 모양이다.
강사 선생님이 초보자에게 설명을 하는 동안 발차기, 자유형과 배영으로 몇 바퀴를 돌고, 자세 교정을 받으면서 수영을 할 때만 해도 물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더 잘하게 될 것이란 믿음에 부지런히 발차기를 하고 팔을 돌렸다.
그런데 평영을 배우면서 이런 생각은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평영 발차기는 내 몸을 띄워 주지 못했고, 몸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를 하며 전방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
발로 물을 잡아서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데 도무지 물이 잡히지 않는다. 남들은 자세 배우고 킥보드 잡고 바로 발차기를 해서 나가는데, 나는 출발을 하면서 얻은 추진력이 떨어지면 다리는 가라앉으려고만 하고, 이에 다급하게 발을 차려고 하니 몸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서 부력을 잃고 만다. 며칠을 평영 발차기만 하고 있는데도 몸이 추진력을 받으며 떠 있어 주지를 않는다. 당황스럽게도 이 수영장에서 내가 평영 수영을 제일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발차기가 되지 않으면 같은 라인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게 다른 회원들에게 큰 민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평영을 하게 되는 순서가 오면 작은 보조 풀로 가서 따로 발차기 연습을 하게 되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 그 방식이 이해는 되는데, 막상 물속에서 발을 접고 차고 모아서 물을 잡아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몸은 가라앉으려고만 하고.
“몸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띄워 볼게요.”
“생존 수영에서 하듯이 새우 뜨기를 해 볼 거예요.”
“예, 거기서 중심을 앞으로 조금만 더 옮겨 볼까요.”
“평영 발차기는 좀 천천히 연습을 더 하면서, 진도는 그냥 계속 나가 보실래요? 그것도 가능은 한데요.”
내가 평영을 아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자유수영을 하면서, 배우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면서 평영이라고 연습을 해서, 지금은 수영장을 몇 바퀴 돌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물을 발등으로 차면서 이루어진, 제대로 된 평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자세를 고치는데 애를 먹는 것이다.
하여튼 그래서 지금의 잘 안 되는 발차기도 팔 동작과 콤비네이션 해서 하면 수영이 되기는 한다.
발의 추진력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도 그렇게 진도를 계속 나가면서 배우겠냐고 강사는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도 발차기의 감을 좀 더 익혀 보겠다고 대답을 하고, 보조 풀로 나와 발차기를 하는데 이건 참 답이 잘 찾아지질 않는다.
낯선 상황에서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몸에 힘을 빼지 않고 물에 뜨는 것도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내 몸의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인데, 힘들여 노력하면 되는 것들에 익숙한 몸에, 힘을 빼야 잘 되는 상태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