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걸음

by 깡통로봇

가쁜 숨소리에 지배된 생각은

발보다 먼저 오르막 계단 저 위를 달리고 있다.


끝나지 않는 악명 높은 촘롱의 계단을

헉헉대는 숨을 마시며 오르다가

25m를 가까스로 건너와

멈춰지지 않는 헐떡임 속에

출발을 대기하던

수영을 처음 배울 때가 떠올랐다.


마음 급하게 차는 발차기는

몸을 제대로 밀지 못하고 자세를 흔들었고,

뱉어지지 않은 공기들을 무시하고

숨을 먹고 싶은 공포가

폐 속을 채웠다.


숨을 쉬기 위해서는

높게 솟은 빌딩 사이,

표정 없이 우르르 파란불에 건너는

검은 도로 위 하얀 선을 벗어나,

낯선 얼굴들의 언덕으로

들여다 보이지 않는 언어들 사이로

도망쳐야 한다.


옆방의 기척이 한기와 같이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성큼성큼 들어서는

히말라야 산 중턱 마을 차가운 롯지에서

온기를 잃어가는 진져 티를

입에 털어 넣고

분화구를 청소하던 마음으로

뱉어지지 않던 숨을 뚫어낸다.


오를수록 작아지다 사라지는 나무들과

눈 녹은 사이사이 흔들리는 풀들 사이

천천히 움직이는 발걸음처럼

새로 선 자리에서 추는 춤은

무희의 화려함을 담지 않아도 좋으니


목마름을 만들던 삿된 클릭질도

한 숨을 뱉고 다음 숨을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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