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아버지는
생일이라고 사람이 많은 것이 기분이 좋다.
씹지도 않고 음식을 입안 가득 욱여넣고는
감당이 안 되면 뱉어 내기만 해서,
아이들 이유식 먹이는 속도로
조금씩 앞 접시에 배분해 주면
받을 때마다 흐뭇해하는 웃음을 짓다가
또 재촉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따금씩 씹을 수도 없는 음식들에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틀니를 주체를 못 해 끼우지 못한 후에는
움푹 들어간 입모양이 영 볼썽 사나웁기도 하지만
잇 몸으로만 씹어야 하니
유동식에 가까운 식사만 하게 되어
다양한 반찬들은 오히려 번잡함만 만들어 낸다.
바람이라도 쐬어 드린다고 나온
풍경 좋은 강가 음식점과 카페는 낯설기만 한 지
어서 집으로 가자는 손짓만 연상하다가
손에 쥐어 주는 마카로니 뻥튀기 과자 두세 알에
금방 천진한 미소를 지어내고,
차를 타고 나왔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관심을 보여 주는 자식들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인지
연방 알 수 없는 손짓을 하며,
눈을 맞추면 웃음을 건네준다.
강가 자전거 길을,
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두 바퀴를 쉬지 않고 굴려야 하는 자전거들이
부지런히 지나가고 있다.
날렵한 복장으로 무게를 최소화 한 자전거들은
끊기지 않는 길 어디쯤을 목표로
강물결 반짝임을 따라
자신도 풍경이 되며
페달을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먼 길을 흘러온 물길을
거스르며 달려가는 자전거들은
가는 길 어디에 물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보면
남겨진 자취가
물의 것인지, 물고기들의 것인지, 몸에 새긴 계곡의 것인지를 물어볼까?
제 갈 길 바쁘게 가쁜 숨으로 흘러만 갈까?
손주들의 부축에 고무된 아버지가
꽃이 둘러 심긴 산책길을
지척지척이며 한참이나 걸어가는 것을
느리게 따라가며
지난 기억 위에 새로운 흔적을 덧씌운다.
살짝 뿌려졌던 빗방울과 세차게 불어 줬던 바람 덕분에
오전 내 하늘을 덮었던 희뿌옇던 회색 구름이 날아가 버린 하늘은
군데군데 흰 구름을 이고, 파랗게 화창하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 by TIKO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