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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Mar 12. 2024

개나리 꽃 한 송이

1.

“와! 잘 먹었네. 잘했어”

딸아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픽 웃는다.

‘독립할 나이가 다되어서 밥 좀 잘 먹었다고 칭찬이라니, 웬 어색함?’

여행을 하는 중에 먹성이 조금 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양이 적지 않는 추어탕 한 그릇을 아침에 뚝딱 비워내는 모습에 부부가 살짝 감탄을 하게 된 것이다.      


물려주던 이유식을 먹기만 잘해도, 

등을 쓰다듬어 주면 트림을 하기만 하여도, 

원활한 배변 활동만 하여도, 

무엇이든 칭찬이 되던 시절의 일들이 툭툭 떠올랐다.

당연한 것을 하는 것이 칭찬이 되고 자랑이 되던 시간.

뒤집을 수 있게 되고, 기어가게 되고 서게 되고 걷게 되는

하나하나 무던히도 많은 애씀이 있던 새롭고 새로웠던 일들.           


2.

꽃샘추위 살짝 누그러진 주말 

포근해진 햇살을 받으며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내려오는 길에 

막 피어 잎을 내놓는 개나리를 보게 된다.

새로 난 것들은 애쓰면서 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도 

싹트고 나오려는

하나의 꽃마다 잎마다 

깃들인 애씀은 다 각각이 숨 겹다.      


일주일 전, 구례를 광양을 다녀오면서 

산수유와 매화가 피어오르는 꽃구경을 하고 온 터이다.

새삼 꽃 피어남이 그리 남다를 것도 없으련만,

이제 여기에 도착해 온 

새로운 것들이 보여주는 애씀들에선,

중첩된 시간을 쌓아온 자의 미안한 마음으로 

또 다른 숨 가쁜 이야기를

고맙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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