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깨트릴 망치는 없다.

by 깡통로봇

마른 과자봉지가 바람에 밀려 바닥을 유영한다.

고였던 질소를 날려 보내고

제 효용을 다하고 나서

진열대에선 보지 못했던 세상

춤추는 색상옷 자태가 곱다.


한 여름 거칠게 울어 물기를 다 날린 매미는

벗고 온 허물보다도 가벼워져

흩어질 준비를 마쳤다.


푸른빛을 채 잃지 않고 떨어진 이파리는

널어놓은 빨래보다도 빨리 말랐다.

이제 부서져서 가루져 날려 어디에 있겠지.


테이블 위를 종횡무진 왕복하던 탁구공이

목표점에 안착하지 못하자

누구는 인상을 찡그렸고

누구의 주먹 쥔 손은 번쩍 올라갔다.


저장해 놓은 도토리도 저리 마를 것이다.

다람쥐의 것이든 딱따구리의 것이든

언젠가는 싹을 틔울 꿈을 꾸는

잊혀진 기억


마르고 부서지는 것은 단단해지는 과정

먼지를 깨트릴 망치는 없다.

자유로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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