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

- 시라쿠사에서

by 깡통로봇

관광지를 벗어난 동네 해변 산책길엔

은목서향이 가득 들어차 있다.


고양이들이

지나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어슬렁거리거나 제 몸을 접고 게으른 눈빛을 감아내고 있다.

여러 그릇에 그들의 먹이가 들어있으니

집을 가진 자의 여유가 풍긴다.


걷다 돌아보니

멀리 오르티지아가 항해를 시작하는 배처럼

바다를 향해 손을 길게 뻗고 있다.


먼 시간을 걸어온 파도들은

머물고 싶은 마음으로

절벽을 두드렸을 것이다.

사정이야 다 다르겠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선 아쉬움들은

품고 온 깊이가 있어

절벽 살 속 깊숙이

사연 하나씩은 새겨놓고 갔다.


감당할 수 있는 시간 그 너머

겹겹이 쌓인 마음들이

코끼리 같은 소망도 담고

형제의 슬픈 사연을 적기도 한

깎여진 큰 바위들 앞에서

기억할 수 없을 마음들을

한 조각 담아보려

사진을 찍었다.


작은 야생 꽃더미들이

하나하나 빛들을 튕겨내며

고운 소리 뿜어내는 길에

고양이가 무심히 제 몸 핥고 있다.

은목서향이 가득한 길 가


지나는 사람이 없어

오래 그 모양을 지켜보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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