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by 깡통로봇

할머니는 물 한 그릇 담아 달에게 빌었다.

물속에서 달은 둥글어졌고

그릇은 고요해졌다.


‘저기는 한번 가보고 싶다.’

잘 구성된 화면 속 낯선 장소는

구미가 당기는 메뉴처럼

주문해 보고 싶은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지만

요란한 뒷맛에는

침략자의 말굽보다 거친 함정들이

조미료처럼 범벅되어 있다.


낯선 장소에 서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위선과 위로 그 사이쯤에 서 있다


화성쯤은 가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일론 머스크까진 아니더라도

60년 가까이 되는 시간 전에 가봤다는

달 정도에는 한 번 숨어 있어 볼 만하지 않은가?


영동대교 넘어가는 고가도로 측면 경계석 아슬아슬한 높이 위에

생수병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자리선정

‘아, 여기쯤은 있어야’

희열감이 작열한다.


달과 가까운 자리에 600일쯤 자리 잡고

펄펄 끓었던 한 여름 볕을 머리에 이고

데워진 물을 담아

구겨져 버려지지 않는 자의 눈길로

세상에 외치다.


‘이제 너는 나를 마시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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