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히려편히빨리갈지도'라고 적어 놓은 글씨를 보고
당신이 물었다
“정말일까?”
그 말에는 이번에도 마감을 널길 글을 잡고 있는 이의 간절함과 믿지 못하는 경륜이 함께 한다.
빨리갈지도라는 말은 거짓이기 쉽다.
그러기 위해 천천히 가자는 것이 아니니 의도도 결과도 다 들어맞지 않는 말일 것 같지만,
상관없이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는 감성이 있다.
우리는 풍경을 보러 들어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곧게 솟은 나무들과 처마선 고운 지붕 등과 곱고 산뜻한 색이 대비되는 문과 담벼락 앞에
당신을 세우고, 나를 세우고,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나오는 길에는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를 두고 흘러가는 물소리와 함께
보지 못했던 돌무더기와 전화로 전해졌던 때 묻은 사연을 말하며 웃었다.
카페에서 두드려지는 자판 소리 너머로
아이들 부산스러움을 잡아보려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여름날을 벗어나고 싶은 비가 새벽부터 내렸다.
펄펄 끓었던 시간이 길었으니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저 시간이 있어
사과는 부끄러움에 얼굴 붉힐 만큼의 연륜을 얻는다.
글씨를 쓸 때 그 말들을 얼마나 믿느냐고 친구가 물었다.
믿느니 보다 믿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다고 하니
신념이라기보다는 의지인 거네라고 다는 말의 의미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는 쓰인 글씨를 보는
그의 간절함을
어떤 시간은 천천히 오래 흘러가야 좋은 것임을.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