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신고 전화, 나나나나
성폭력예방 교육의 마지막은 늘 긴급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만약 성폭력을 경험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아빠에게 말해요, 경찰에 신고해요!라는 말을 하는데 그날은 5학년 교실에서 한 아이가 새로운 답을 말했다.
나에게 도와달라고 얘기해요
주변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무슨 소리냐며, 넌 힘이 없다고 어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당황해 하는 아이를 봤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그 용기가 작아질까봐, 그 마음이 쪼그라들까봐 바로 이야기했다.
맞아! 그거야!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바로 '나'란다. 신고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가장 필요한건 용기니까. 그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내 마음에게 소리쳐야해. 무서워서, 걱정되서, 혼날까봐 두려운 마음에 신고하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될 수도 있거든. 아마 00이는 그 얘기를 하는가 보다. 그리고 바로 다른 믿을 수 있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야지. 이 뜻으로 얘기한게 맞니? 아니면 힘들때 00 이에게 얘기하면 같이 신고를 도와줄거라고 얘기한거니?
첫번째요...라고 작게 얘기하는 아이. 주변에서는 와아....하는 탄성들이 나왔고 아이의 표정은 활짝 핀다.
때로는 아이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답을 내놓아서 깜짝깜짝 놀란다. 철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런 답을 얘기한 것이 아닐텐데 40살이 넘어서 알게 된 그 진리를 얘기하는 12살 아이를 보며 오늘도 큰 배움을 선물해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정답은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다. 공부 열심히 해야하는 것 안다. 그런데 자꾸 다른 생각이 난다. 책 많이 읽으면 좋은 것 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이 안떠지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아이에게 소리치지 않아야 하는 것 안다. 하지만 화가나면 큰소리부터 나간다. 이럴땐 이렇게 해라, 저 방법을 써라, 전문가를 찾아라 등 해결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말을 걸라고 얘기하고 싶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 그 바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것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그런 후에는 마음을 담아 얘기한다.
'나 좀 도와줘'
실천할 수 있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줘,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믿어줘.
혼자하기 힘든,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를 줘!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언제든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 한명이 꼭 있기를 바란다. 아무도 없다면 그땐 내가 그 한명이 되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