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말
흔하지 않은 성평등 수업.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은 많지만 성평등 수업은 자주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학년의 성교육은 모두 성지식에 집중되어 있는데 4학년은 성평등, 성고정 관념 깨기가 주제였다. 왜냐하면 4학년 때부터 서로에 다름을 얘기하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편을 갈라 싸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해 혐오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미움받을까 봐 좋아하는 속마음을 숨기기도 한다.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불평등한 사례로 나왔던 사례들은 '넌 남자니까 책상 옮기고 여자애들은 걸레질을 해.'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돼.'였다. 사실 4학년은 여자아이들의 신체발달이 빠른 경우가 많다. 힘도 더 세고 키도 큰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생활하는 남자아이들에게 힘이 세니까 책상을 옮기란 얘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내가 봐도 수업시간에 책상을 옮기는 것은 힘이 센 남자가 아니라 옮길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남자라서 옮기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4학년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학교마다, 반마다, 교실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무시하거나 때리는 행동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발달의 차이로 사춘기가 이미 온 여자아이들 눈에는 수업시간에 아직도 총놀이를 하는 남자아이들이 미성숙해 보이거나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폭력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등짝을 내려치거나 장난을 치면서 머리채를 낚아채는 모습을 볼 때면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여자가 때리는 게 뭐가 아파요~'라고 말한다. 놀이하다가 남자아이들이 몸이라도 치면 2~3배로 갚아주거나 학교폭력이거나 성폭력이라고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본인이 남자아이들을 쳤을 땐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불편한 것을 표현하고 심리적 경계를 알려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무조건 참아야 하고 나만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폭력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놀이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 신체접촉이 많은 놀이 안에서 의도적인 폭력과 놀이 안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 실수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나 양육자들은 신체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놀이는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놀다가 싸움이 나는 것을 걱정해서 쉬는 시간을 줄이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놀이 기회와 시간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은 더 예민해지고 불편함과 즐거움의 비언어를 읽는 능력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성평등 수업에서는 어떤 얘기를 다룰까? '여자, 남자 모두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남자 일과 여자 일이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말하고 그것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성별의 차이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라는 이야기와 함께 폭력에 대한 얘기도 함께 다뤘으면 좋겠다.
4학년 남자아이가 손을 들고 말한다.
'3학년 때 여자애가 때려서 저도 똑같이 때려줬는데 저만 혼났어요. 선생님이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대요!'
그러자 남자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들은 조용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응, 선생님 말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뭐가 맞았을까? / 때리면 안 돼요! / 맞아.
뭐가 틀렸을까? / 남자가 아니라 여자도 때리면 안 돼요! 모두 때리면 안 돼요! / 맞아.
여자, 남자, 성소수자, 장애인, 동물, 아이,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 나이 든 사람, 몸이 약한 사람. 누구든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자가 때려도 아프다. 난 5살 아이가 때려도 아프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