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생명

엄마가 된 4살 아이

by 한희
선택된 3개의 알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어지자 아이들이 심심하다며 난리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아이들이 조르고 조르던 메추리 부화를 결심했다. 생명은 시간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철저한 약속을 받고 준비를 시작했다.


메추리 새끼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메추리 엄마는 뭘 해야 해?'라고 묻자 3가지를 얘기한다


삐약삐약 말할 수 있어야 해

물이랑 밥을 줄 수 있어야지

밥 먹는 법을 알려줘야 해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

이 세 가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물론 위 항목에는 빠진 것이 있다. 똥도 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내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56개의 알들 중에 3개의 알을 고르고 20일의 시간을 공들였다.


18일이 되자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18일이면 새끼가 나와야 하는데 모두 죽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모두 깨보자는 첫째와 기다리자는 둘째, 남편도 죽은 것 같다고 기대하지 말라는 쪽이었다.


난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고 이틀이 지나서 20일 만에 아무 도움 없이 새끼가 나왔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성교육에 매우 도움이 된다.


1. 유정란과 무정란에 대해 얘기하면서 난자, 정자 얘기를 할 수 있다. 아이들 나이에 따라 짝짓기, 교미에서 시작해 사람의 성관계를 설명할 수도 있다.


2. 부화를 위해 온도를 맞추고 전란(알을 굴리는 과정), 습도 맞추기를 하는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생명이 태어나는 데는 엄청난 관심과 에너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전란을 위해 난 새벽 4시에 일어났고 우리 가족은 17일부터 20일까지는 멀리도 가지 못하고 알만 바라봤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힘든데 엄만 10개월을 품고 다녔다는 얘기, 온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엄마를 돌보고 배려해줬다는 얘기들을 나눌 수 있다.


3. 부화기에 들어간 알 3개 중에 1개만 부화하고 나머진 모두 죽었다. 물론 슬픈 일이지만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는 기회다. 같은 조건에서 큰 사랑을 줘도 모두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너희들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기적이라는 것을 얘기해 준다.


4. 태어난 후 어떻게 돌볼 것인지 계획하기.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른이 되기 위해 돌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느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돌볼 수 있는 힘이 있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콘돔 교육에서 할 수 없는 내용을 쉽고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5. 생명을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생명을 대하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보송보송한 털에 엄지손가락 만한 크기의 메추리를 보면 자꾸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털이 마른 메추리를 꺼내서 만져본다고 난리다. 태어난 지 이틀째 되던 날 둘째는 또 만져보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이에게 메추리를 꺼내 줬다. 30~35도를 맞춰줘야 하는 메추리는 25도의 방 중앙에서 바들바들 떨며 삑삑 거렸고 그 모습을 본 난 빨리 넣으라고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만지지도 못하게 할 거면 뭐하러 메추리를 키워?'라고 얘기했다.


메추리는 우리가 만지고 놀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거지!


5살이 된 아이를 앞에 놓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율아 사랑의 방법이 있어. 이건 사랑하는 게 아니야. 봐봐 떨고 있지? 들어봐 삑삑하지? 봐봐 손을 가져가니까 막 도망가지? 이건 싫다는 거야. 그러면 안돼.


남편은 또 얘기한다. '왜~ 우리랑 노는 것 좋아할 수도 있어!'


아이는 아빠 말을 듣자마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나를 바라본다.


응~ 아니야. 얘는 우리랑 노는 것 좋아하지 않아. 도망가잖아. 만약 우릴 좋아한다면 손을 내밀고 기다렸을 때 다가올 거야.




사랑은 손을 내밀고 기다려 주는 거야.




왜 안 오냐고 짜증 내는 거 아니고, 안 오면 미워하고 밥 안 준다고 협박하지 말고.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아까 메추리 만지고 싶었는데 못 만져서 아쉬웠어? 우리 내일은 메추리 방에 놀러 가서 손 내밀어 볼까?


그러자 아이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괜찮아. 난 사랑하는 방법을 알거든.



5살, 이제 사랑에 대해 배우기 딱 좋은 나이다.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나이.










중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며 동의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 일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스킨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아니, 뽀뽀도 안 할 거면 왜 사귀나요? 사귀는 건 그건 걸 맘껏 할 수 있다는 것 아니에요?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가 한심한가? 차라리 수업시간이라는 안전한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을 얘기하면 배우고 건강하게 성을 키워가면 되니까 괜찮다. 혹시나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바른 가치관을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숨기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면서 끔찍한 생각들을 키워가며 몸만 성장한 성인들이 한심하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는 아이들과 그럼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사귀고 맘껏 성관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결혼하는 것인가? 그럼 나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인가 물건인가?


아이와 이런 대화를 하기 위해 15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메추리를 태어나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 아이와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이 나오는 그림책(주제는 상관없다. 장면만 있으면 대화가 가능하니까)을 펴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다. 누구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생명들이 갇혀있는지. 곤충 애벌레 만지기 코너가 있다면 빨리 가서 만져봐라고 말하기 전에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면 된다. 동물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 동물원에 간다면 동물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를 얘기하는 것, 빨대를 쓴다는 것은 나의 편리와 거북이의 죽음을 바꿀 수도 있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성교육의 시작이다.


성교육이라고 하면 사춘기 몸의 변화, 성관계, 피임 교육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성교육은 생명 교육이기도 하다. 하나의 생명이 다른 하나의 생명을 만나는 과정이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은 절대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 힘이 쓰여야 하는 곳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약자에 대한 보호를 훈련받은 아이들에게 폭력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폭력이 사라진 곳에서 성폭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부모들 중에는 이것들의 연관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성교육에서 동의와 허락의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애벌레는 죽든지 말든지 맘껏 주무르라고 한다. 늙은 개는 길에 버리지만 늙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서운하단다. 거절 못하는 아이에 대해 답답하다고 얘기지만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좋은 남자, 좋은 여자,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사장, 좋은 직원로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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