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관람과 놀이 심판
잘 모르는 놀이가 있을 때 아이들은 그냥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우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놀이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면 규칙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잘하기 위해 구경하고 재미있는 놀이인가를 간 보기 위해 구경을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놀이를 티브이를 보듯이 관람한다.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구경만 하기를 바란다.
이유는 아이들마다 모두 다를 테니 딱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들과 놀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의심되는 이유는 있다.
첫째, 아이들은 피곤하다. 나와 놀이하는 아이들은 3~4개의 학원을 다니고 놀이 후에도 또 학원을 가야 한다.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갈등으로 인해 마음의 에너지를 써야 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것에 마음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놀이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한다.
둘째,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보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놀이에서도 관찰 프로그램을 보듯 소비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보면 독특한 역할을 발견하게 된다. 놀이를 할 때 필요한 역할이 놀래, 술래 말고 다른 것이 있었던가?
놀이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심판을 하겠다고 했다.
놀이를 하면서 심판이란 단어를 들으니 참 생소하다. 함께 뛰는 아이들 모두가 심판이었고 상대편의 매서운 눈빛은 심판보다 정확했기 때문에 한 번도 심판을 두고 놀아 본 적이 없었다. 심판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경기에서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놀이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놀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심판이 있으면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놀이의 맥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신나게 달팽이판을 돌고 있는데 뛰다 보면 금을 밟기도 하고 조금 일찍 나가기도 하고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때 규칙을 칼같이 들이대면 놀이는 30초도 지속되지 못하고 계속 끊어진다. 놀다 보면 금을 좀 밟기도 하고 때론 조금 일찍 나왔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눈감고 가는 일들도 종종 생긴다. 그런데 심판이라니. 듣기만 해도 재미가 없다. 물론 규칙을 정확하게 알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실력이 높고 둘의 실력이 비슷할 때 정확한 규칙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놀이를 막 시작한 초보 놀래(놀이하는 아이들)이 규칙에만 집착하다 보면 놀이 맛은 보지도 못한 채 진을 모두 뺀다는 얘기다.
놀이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높은 기준으로 규칙을 적용하다 보면 놀이가 이어지지 않고 자주 끊어지게 되고 결국 아이들은 곧 흥미를 잃고 새로운 놀이가 없냐고 묻는다. 놀이를 많이 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숨넘어가게 뛰며 웃는 놀이 과정보다 이기고 지는 것에 더 집착한다.
놀이가 시작되고 30초도 되지 않아서 금을 밟았다고 싸우며 우는 아이들이 놀이 중간에 느낄 수 있는 흥분과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