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약속

놀이하면서 똑똑해진다는 약속은 누가 했나?

by 한희
놀면서 배우는 영어
수학 지능을 높이는 보드게임
두뇌발달을 돕는 놀이
즐겁고 재미있게 놀면서 배우는 놀이 수업


놀이를 통해 당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뛰어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수많은 광고들을 보며 믿는 마음 반, 믿고 싶은 마음 반으로 아이 손을 이끄는 부모들,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에 밀어 넣는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놀이수업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학원.


부모들은 약속했다.

아이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하겠다고. 세상의 악과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켜주겠다고..


난 그 약속을 믿는다. 그리고 부모들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을 펼치게 된 계기도 아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믿지 못하는 것은 부모들의 약속이 아니라 바로 학원들이 당신에게 했던 약속들이다. 놀이를 통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을까?

그 경쟁력이라는 것이 타인보다 먼저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을 쌓는 것이라면 그들은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물론 그 조차도 모든 이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줬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경쟁력을 단순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과목에 대한 호기심이나 만족감, 학습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그냥 학습인 것이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에게 즐겁냐고 물었을 때 ‘아니오, 끊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면 아이는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궁금한 점이 생긴다. 같은 놀이 학습 학원을 다니는데 어떤 아이는 즐겁다고 얘기하고 어떤 아이는 끔찍하다고 얘기한다면 그곳은 어떤 곳이라고 얘기해야 할까. 우리는 놀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놀이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할 때의 심리상태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도 어떤 이는 놀이를 어떤 이는 일이나 학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놀이는 한 번도 무엇을 가르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단 하나, 즐거움을 약속했을 뿐이다. 그 즐거움이라는 것은 자기가 선택하고 주인이 되어 움직일 때 나오는 기쁨이다. 그 즐거움에 빠져 움직이다 보면 지식과 기술이 향상되는 것이지 지식과 기술을 쌓기 위해 즐겁고 재미있게 움직이도록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라는 포장지로 포장된 학습을 만난 경험이 많은 아이라면 진짜 놀이를 만나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재미있게 생긴 포장의 선물을 보고 기대와 흥분을 했던 아이들은 결국 포장지를 뜯은 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선물이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 짜증과 실망, 분도, 슬픔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재미라는 포장만 봐도 의심이 시작된다.


'이 안에는 또 뭘 넣어 놓은 거야? 내가 뭘 배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1등을 할 수 있어? 무조건 이겨야 해. 안 그러면 난 쓸모없는 존재가 될 걸...'


한참 보드게임을 활용한 수학 학습이 유행이었다.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재미있게 놀면서 익힐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보드게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익히기 위해 사용한 보드게임을 놀이라고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놀이 수업에 자주 노출된 아이들은 ‘우리 보드 게임하고 놀까?’라는 제의에 ‘아니요, 피곤해요. 그냥 뛰어놀아요.’라고 얘기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서글픈 마음이 든다. 그래서 더 목소리를 높여서 얘기하게 된다.


"그래! 뛰자~ 얘들아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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