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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연 Jul 19. 2024

<감독 '전창근' 씨 가정을 찾아서>(1955) ②

영화사가 노만 25

(왼쪽) 1950년대 중후반 무렵 전창근(좌) ⓒ 노만 소장. (오른쪽) 영화 <단종애사>(1956)에서 수양대군으로 분한 전창근.


(①에서 계속)


   기자는 다시 우리 영화계의 여러 당면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지금 우리 영화 작품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도 기법의 수업 단계 밖에 않된다고 보겠읍니다. 더욱 요즈음엔 퍽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돈만 있으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모양인데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보겠읍니다.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감독이 되겠다고 그것도 당장에 할 터이니 중요한 요점을 몇 가지만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있거던요. 사실 감독 같이 쉬운 노릇도 없겠지만 그같이 어려운 것도 없을겝니다. 어떻든 작품 활동에 있어서 감독은 뚜렷한 자기 주관을 세워서 확고한 기법 연마를 여기에 대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야만 우리 작품도 향상될 것 같읍니다"

  "우리는 때때로 씨나리오가 빈약하다는 말을 듣는데 이 점에 대해서 좀..."

  "나도 연출을 보면서 몇 편 써봤는데 역시 우리는 물적 조건이 나쁘다고 보겠읍니다. 우리나라엔 별로 씨나리오만 쓰는 작가도 없지만 한 작품을 제작하려고 어떤 분에 부탁하면 도저히 제작할 수 없는 장면도 있고 또 우리 현실로는 씨나리오에 위주해서 계획하기에 곤란합니다. 또 제작자 역시 먼저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다라 들 수 있는 액수에 적당한 씨나리오를 부내(部內) 사람이 쓰게 되고 감독 자신이 쓰는 것이 제작비 절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을 받는 조건 하에서는 좋은 씨나리오가 나올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그런데 제작자의 위치가 출자하는 데 끝이는 것 같던데요"

  "역시 그런 점이 없지 않습니다만 지금 제작자로서 차츰 자기 위치에 돌아가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영화는 템포가 매우 늦다고들 하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 좀......"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요.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역시 관중의 수준 문제인데 템포가 빠르면 도저히 이해치 못하는 대중이 대부분이 거던요. 예를 들면 이 집이 전창근의 집이란 걸 소사하려면 방에 앉은 전창근이가 문을 열고 또 대문까지 열고 나가야만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조건이 구비한 지식층이라면 방만 소사해도 능히 이해되거던요. 이러고 보니 역시 영화란 대중성을 띠워야만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우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 다음엔 예술영화도 만들고 싶지만 역시나 광범한 대중적인 영화에 끝일 것이고 또 노력하겠읍니다. 이 단계가 넘어서면 다음 세대가 하겠지요. 그동안 다음 세대를 위한 지반을 확립시켜 우선 발이딜 곳을 닦아놓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에 작으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전 감독은 어떤 확신을 가지시는 듯 곧 **(원문 판독불가)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일어나시면서 "요즘 날씨는 틀림 없어"하시며 여유 있는 웃음을 띠우시는 품이 꼭

  "이 작품도 틀림 없어"

  라는 뜻으로 들렸다.

  온 대중이 다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드시겠다는 선생의 앞날에 축복 있기를 마음껏 빌며 물러나왔다.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의동 266의 19) ■



(잡지 《영화세계》1955년 11월호, 영화세계사, 1955, 48~50쪽)


잡지 《영화세계》1955년 11월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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