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가 노만 39
이어서 잡지는 다양한 필진이 참여한 기사들을 수록하고 있다. 소설가 이봉구가 쓴 영화평 <작가가 본 영화: <애정>의 세계 <Wuthering Heights>>(30쪽)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애정>의 영화평을 수록하고 있다. 이봉래의 <영광의 도시> 영화평(66쪽), 이진섭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영화평(67쪽), 허백년의 <회상의 명화: 판도라의 상자>(36쪽), 유두연의 <자유부인>, <왕자호동과 낙랑공주> 영화평(70쪽), 이청기의 <옥단춘> 영화평(72쪽) 역시 당시 <국제영화>에 다방면의 필진이 참여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감독 홍성기는 <일인일상: 작품과 생활>(29쪽)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에서 자신의 영화 활동에서 느낀 영화와 생활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나는 이따금씩 생활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자기의 생활이 작품에서 어떠한 형식으로 표현화되느냐는 문제는 과거의 영화사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거니와 생활 즉 예술이라면 자기의 생활에 대해서 진중해야만 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홍성기의 글은 자신의 영화 활동에 대한 단상이 담겨있는 글이다. 그 밖에, 배우 석금성의 <나의 연기생활 자서>(34쪽), 배우 전택이의 <한국영화사십년간의 이면비화>(38쪽)는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줄곧 활동해온 이들의 연기 생활과 영화계 이면 비화, 회고담을 담고 있다.
'혁신호'를 표방하면서 <국제영화>는 잡지 독자층과 영화 팬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에도 집중했다. '독자 페-지'란의 서울대 음대 성악과 2학년 고숙종이 쓴 <영화와 음악>(33쪽)은 음악영화 <글렌 밀러 스토리>,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의 영화들을 들어 영화 팬으로서의 음악영화 감상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여대생의 항의서>라는 제목의 '독자 페-지'란은 영화정책,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배우, 영화팬, 영화선전, 영화잡지, 영화관 등 총 8개의 설문과 그에 대한 잡지 애독자인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김금자, 숙명여대 국문과 김명숙, 서울대 음대 신의정 등 여대생 독자들의 답변을 수록하고 있다. 당시 <국제영화>를 비롯한 영화 저널리즘이 특히 대학생층을 위주로 한 영화 팬층을 주요 독자층으로 확보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독자싸롱: 일문일답>(69쪽)은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독자들의 영화 관련 정보와 상식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록하고 있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 밖에, <스텐드 빠에서 '자유부인' 스타-가 되기까지: 일약 주역 '스타'-로 '데뷰'한 김정림의 사생활>(62쪽)은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이지만 <자유부인>(1956, 한형모 감독)의 주연배우 김정림(1922~?) 배우 입문기와 이를 둘러싼 사생활을 다루면서 당시 스타배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킨다. 이어지는 <구미통신>(65쪽)에서도 엘리어 카잔, 알프레드 히치콕, 데이비드 린, 조지 큐커, 존 포드 등의 활동 근황을 단신 형태로 싣고 있다. 권말에는 <해외명작 스토-리: 에덴의 동쪽>(76쪽)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개봉 영화였던 <에덴의 동쪽>(1957)의 줄거리가 영화소설의 형태로 요약 정리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