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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02. 2020

<조디악/Zodiac>

우린 왜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가.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범죄보단 지능적 연쇄살인 범죄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범죄자들의 농락과 치밀한 수법을 보면 끔찍함과 동시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된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저런 행동을 한다는 점이 소름 끼치는데, 스릴러의 대가 데이빗 핀처는 이러한 심리적인 공포와 압박을 주는 연출이 아주 탁월하다. 이번엔 '조디악 킬러'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물, <조디악>이다.




영화는 1969년 당시 샌프란시스코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붙였던 '조디악 킬러'의 연쇄살인사건과 그를 체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와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릴러 교과서라고 불릴 수 있는 데이빗 핀처의 작품인 만큼, 특유의 긴장감을 내는 편집이 빛을 발한다. 이전 작 <세븐>에서와 마찬가지로 범인을 추적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절대 보이지 않고, 긴 러닝타임과 많은 대사량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전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지쳐가는 후반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속도감이 붙는 수사에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데이빗 핀처의 스타일과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시간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을 건너뛰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와 이런 시간이 흐를 동안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암담함과 답답함을 상기시킨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겨지는 것은 그레이스미스 혼자뿐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피해자마저도 포기한 이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하는 그레이스미스의 집념과 끈기를 잘 보여준다. 조디악에 왜 이렇게 집착하냐는 아내에 말에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라는 그레이스미스의 대답은 마음 한 켠을 건드린다. 우리에게 발자국만을 쫓는 사람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해져버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제는 모두 MCU의 일원이 되어버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크 러팔로, 제이크 질렌할은 명성에 걸맞게 특색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은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삽화가 그레이스미스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해 영화의 몰입갑을 더욱 높인다. 폐인이 되어버린 로다주의 연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다른 영화에서 아이언맨과 헐크의 다툼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 재미 중 하나다.


다만 <세븐>과 비교해볼 때 더 좋은 작품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우선 상당히 길고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분위기와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본 필자의 탓도 조금은 있겠지만, 2시간 반의 러닝타임과 많은 대사는 일반적인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부담스럽다. 기대보다 치밀함이 잘 드러나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잊혀가는 살인 사건을 끈질기게 뒤쫓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이 안타깝고 무섭기만 할 따름이다. 우리가 살인마를 쫓는, 쫓아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조디악 킬러' 연쇄살인 사건을 다큐스러운 연출로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 <조디악>이다.




총점 - 8.5
우리가 정의를 실현해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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