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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04. 2020

<휴고/HUGO>

위대했던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전하는 위로와 헌사.

간혹가다가 포스터 등의 홍보물이 실제 영화의 내용과 완전히 다르게 제작되어 혹평을 받거나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큰데, 지금 당장 기억나는 영화들을 꼽자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나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등이 있다. 그리고 오늘 리뷰할 이 영화도 그런 식의 홍보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었던 영화다.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다.



영화는 파리의 기차역에서 홀로 시계를 관리하며 살고 있는 소년 휴고가 조르주의 장난감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공책을 뺏기게 되고, 공책을 되찾기 위해 조르주의 손녀 이자벨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가장 개인적인 마음을 담아낸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봉준호가 이야기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스콜세지의 말처럼, 스콜세지의 영화 중 가장 창의적이기도 하다. 영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헌사와 영화 팬들을 위한 장면이 가득하다. 영화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으며, 정말 아름답고 순수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다만 판타지 느낌이 물씬 나는 포스터와는 다르게, 판타지적인 이야기는 전혀 아니며, 그런 장르를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으나 가족 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정도의 영화다. 고전 영화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없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

영화적 의의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의 탄생을 추억하면서, 그 초기 시절 영화를 부흥시켰던 여러 인물들, 그중 특히 조르주 멜리에스의 노고에 대한 헌사를 보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역사에 기록될 대단한 작품들을 찍어냈던 그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헌사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다. 또한 그의 대표작, <달세계 여행>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그 유명하고 뜻깊은 영화를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준다.

아주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가족 영화로도 손색이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마틴 스콜세지가 보여주었던 온갖 자극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영화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김과 동시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꽤나 코믹한 장면들 덕분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충분하다. 전체 이용가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그 때문에 기존 스콜세지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전 지식 없이 봤다면 스콜세지의 영화라고 알아차리기에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그럼에도 충분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전체적인 배우들의 연기력은 준수한 편이지만,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 조르주 멜리에스를 연기한 벤 킹슬리다. 벤 킹슬리 특유의 마스크로 정말 인상 깊은 연기력을 보여줬으며, 실제 조르주 멜리에스와도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띈다. 클로이 모레츠는 영화에서 정말 매력적이고 이쁘게 나온다. 클로이 모레츠의 팬이라면 필관람작이다. 휴고 역의 에이사 버터필드도 준수했지만 가끔씩 아역배우 특유의 어색함이 보이긴 했다. 사챠 바론 코헨이 연기한 경비원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편이며, 휴고의 아버지로 잠깐 나온 주드 로도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준다.

다만 영화의 전개력이 조금 아쉽긴 했으며, 스토리가 통통 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만 영화적 의의를 충분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게 본 영화며,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마틴 스콜세지의 수작인, <휴고>다.




총점 - 8
순수한 시선으로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따뜻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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