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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11. 2020

<에이 아이/A.I., 2001>

인간을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왜 인간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SF 장르의 영화는 정말 많이 만들어지고, 그중에서 가장 애용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 AI 일 것이다. 지금 과학계에서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인공지능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인간과 같은, 심지어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대결을 펼치는 구도를 그리는 영화가 많은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영화 <에이 아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자원은 고갈되어가던 지구, 하비 박사가 만들어낸 감정을 가진 로봇 아이 데이빗이 스윈튼 부부에게 입양되었다가 그들의 진짜 아들이 퇴원하자 숲속에 버려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SF 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지금까지 나왔던 인공지능을 다루는 모든 영화들 중에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을 사랑해 진짜 인간이 되고 싶은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의 일대기를 그리는데, 인공지능 로봇을 동화 속 피노키오에 빗대면서 우리가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와 윤리적 딜레마를 던진다. 지금이야 워낙 익숙해진 소재들이지만, 지금도 그 효과는 유효하게 작용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게 와닿을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메시지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뛰어난 스필버그의 연출력으로 감동적인 데이빗의 서사를 그려내면서 보는 재미도 충족시킨다. 정말 엄청난 SF다. 스필버그의 최고작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정말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인간은 로봇을 사랑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인간의 탐욕과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되며, 엔딩에서 2천 년을 얼음 속에서 기다려 얻은 엄마와의 단 하루는 정말 행복하지만 슬프게 다가온다. 슬픈 해피엔딩인 것인가. 이러한 엔딩을 연출해낸 스필버그에게 놀랄 뿐이다. 이 마지막 엔딩을 두고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듯한데, 개인적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감성에 스필버그의 동화 같은 따뜻함이 아주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도 원래 이런 결말을 원했다고. 게다가 너무 어두운 결말로 가면 한없이 끔찍한 엔딩으로 떨어질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 결말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배경은 미치도록 매력적이다. SF의 대작 중 하나로 불리며 이후 나온 모든 디스토피아 배경의 모티프가 되어버린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물론 <에이 아이>도 <블레이드 러너>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느낌은 따왔겠지만, <에이 아이>만의 색다른 매력도 가지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와 비슷한 형형색색의 조명들로 둘러쌓은 유흥가도 놀라웠지만, 물에 잠긴 뉴욕의 모습은 정말로 잊히지가 않는다. 물에 잠긴 자유의 여신상과 쌍둥이 빌딩의 모습은 지금 봐도 충격적이다.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 초반을 뒤흔들었던 아역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력은 정말 놀랍다. <식스 센스>의 아이로도 유명한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그 영화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아는데, <에이 아이>에서도 아역 배우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만들어진 존재인 인공지능 로봇을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정말 놀랍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주드 로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드 로의 리즈 시절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는데, 무슨.. 정말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며, 그 때문에 애인 대행 로봇이라는 캐릭터에 딱 맞고 아주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주드 로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물론 단점이 중간중간 보이긴 했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SF 영화는 처음 본다. 이게 대체 무슨 감정인가. 슬픈 해피엔딩인가 행복한 새드엔딩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의 SF 명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이 아이>다.




총점 - 10
미래와 사랑, 그리고 스필버그의 마법이 한데 모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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