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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15. 2020

<우주전쟁/War Of The World>

미지의 침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다.

외계인 침공을 비롯한 SF 재난 영화에서는 꼭 등장하는 클리셰적인 설정들이 많이 있다. 이를 상당히 식상하게 느껴 이러한 설정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혹평하는 관객들이 상당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 이러한 클리셰들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다. 이러한 설정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장르에 맞는 충분한 매력들을 선보이면 어느 정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영화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우주전쟁>이다.




영화는 이혼하고 홀로 살아가는 레이가 주말에 자식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려던 중, 갑작스럽게 번개가 치고 나타난 거대한 외계인 기계가 사람들을 공격하자 레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영화는 온갖 외계인 침공이나 재난 영화에서 가지고 있는 클리셰적인 설정들이 가득한 편이다. 이혼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남자, 그런 아빠와 사이가 좋지는 않은 자식들, 그리고 벌어지는 외계인 침공 등. 다만 이러한 클리셰를 가지고 있음에도 꽤나 괜찮은 평을 듣는 이유는 외계인 침공이라는 장르적인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한다. 외계인 SF 영화에서 보여줄 만한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거의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이 들며, 특히 초반부 트라이포드의 첫 등장 장면은 가히 압권일 정도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또한 외계인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보단 재난 상황에서 생존하는 레이의 가족의 모습에 집중해 가상의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일반인의 현실적인 모습을 아주 잘 나타낸다. 상당히 훌륭한 오락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다. 그 원인은 바로 결말에 있는데, 무적일 거 같던 외계인이 갑자기 죽더니 그 원인이 미생물이라고 하니 화끈한 반격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 허무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듯싶으며, 필자도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현실적인 결말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지금까지 봐왔던 결국은 인간이 승리하는 숱한 외계인 영화와 차이를 두면서도 넓고 광활한 우주 속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다만 레이의 가족들이 안전하게 재회하는 엔딩은 너무나 흔한 결말이라서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캐릭터는 상당히 별로였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이입하기 위해선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우주전쟁>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훌륭한 배우들의 뛰어난 열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특히 레이의 자식들이 너무나 극단적인 성격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현저하게 낮추는 역할을 해버린다. 레이의 자식들의 캐릭터성이 굳이 이렇게 설정되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며, 짜증이 날 정도여서 필요 없는 캐릭터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캐릭터로 인해 마지막 엔딩의 감정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적인 부분에선 정말 뛰어나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이 돋보였으며, 장대한 스케일의 침공 장면은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불릴 만하다. 또한 무려 15년 전 작품임에도 컴퓨터 그래픽이 지금 봐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굉장히 뛰어난 외계인 영화로, 이 정도의 재미를 보여주는 외계인 영화는 얼마 없을 것 같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좀 갈리며 부족한 부분이나 허무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상당히 괜찮았던 외계인 SF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색깔이 보이기도 한 작품.




총점 - 7.5
미지의 침공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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