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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19. 2020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휴머니즘을 강조한 색다른 스파이물.

흔히들 말하는 첩보물, 스파이물의 매력은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고 서로를 속고 속이는 것에서 오는 통쾌함이 주를 이루는 것이 대부분이며, 많은 사람들이 첩보물을 즐겨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말 미친 듯이 차가운 스파이들의 속고 속이는 치밀한 작전들을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도 착잡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스파이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어떨까? 이러한 궁금증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스파이 브릿지>로 대답해 준다.




영화는 냉전의 공포가 최대치가 된 1957년, 소련의 스파이 활동을 하던 루돌프 아벨이 잡히자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번이 그의 변호를 맡게 된 후 소련에 잡힌 CIA 스파이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와 루돌프 아벨을 맞교환 협상을 하던 도중에 동독에서 미국 대학생이 잡히게 되면서 도노번이 두 사람을 모두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필버그의 아주 뛰어난 시대극으로, 냉전의 차가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스필버그는 판타지나 오락 영화도 잘하지만 이러한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 아주 담백하고 깔끔하게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난 거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적인 차가운 스파이물과 달라서 더 좋았다.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스파이 장르에다가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따뜻하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편이다. 그리고 2시간 2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절대 지루하지 않게 한다. 정말 대단한 연출력이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스파이물과 다른 이유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에 있다. <스파이 브릿지>는 냉전이 최고조에 달하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스파이들을 이데올로기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보면서 결국 신념 자체보다는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려준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메시지, 스필버그가 좋아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휴머니즘을 미치도록 차가운 내용이 일반적이었던 스파이 장르를 이용해 아주 잘 드러낸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조합은 언제나 좋다. 스필버그가 톰 행크스와 함께 했던 작품들 중에서 실망한 것들을 단 한 개도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부터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더 포스트>, 그리고 이 <스파이 브릿지>까지. 정말 조합이 잘 맞는다. 정말 좋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톰 행크스는 <스파이 브릿지>에서도 여전히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따뜻하면서 인간적인 도노번이라는 변호사를 맡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도노번이라는 인물을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톰 행크스의 따뜻한 희망을 전하는 연기력은 정말 최고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다가왔던 배우는 루돌프 아벨 역을 맡은 마크 라이언스 배우다. 이 영화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만큼 정말 담담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으며, 그가 전해주는 대사들은 심금을 울린다.


아쉬웠던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극 중 내내 잘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도 종종 보이는데, 이를 중요한 역할로 사용하려는 듯한 모습이 보여 중요한 장면에 이입이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생략되는 부분이 좀 많이 보이는 듯했다. 또한 스필버그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작위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정말 뛰어난 스파이물로 스필버그의 따뜻하면서도 압도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말 차갑고 냉정했던 냉전시대에 따뜻한 시선을 곁들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총점 - 7.5
신념이 아닌 인간성에서 우러나오는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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