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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0. 2020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잊어서는 안될, 위대했던 그들의 재판.

최근 넷플릭스 공개작들의 행보가 내심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나름 만족했던 작품은 <익스트랙션>부터 <Da 5 블러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도고, <올드 가드>부터 <에놀라 홈즈>까지 전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이든, 극장 개봉을 포기한 작품이든 간에. 그런데 어느 순간 눈에 띄는 넷플릭스 신 공개작이 나왔다. 여러 호평을 받았던 작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반전을 요구하는 평화 시위가 경찰 및 주 방위군과 대치하는 폭력 사태로 변하게 되면서 시위를 주동했다고 판단된 7명의 시위 주동자 '시카고 7'이 기소되었던 역사적인 재판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꽤나 의외였던 점은, 영화의 재미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작품성을 떠나서 오락적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대충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법정 영화 서사에 대사량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말 스릴이 넘치는 서스펜스를 보여주며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등 수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의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이 두 번째로 연출한 영화인데, 그의 연출력이 단연 돋보인다. 사전 정보를 하나도 보지 않고 관람했음에도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개인적으로 편집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오버랩이나 플래시백 장면들을 교차해 아주 맛깔나는 편집을 보여준다. 중후반부, 톰의 발언을 녹음한 것이 나오자 쏟아지는 여러 명의 대사들을 플래시백과 장면전환 등을 사용해 빠른 템포로 이끌어나가는 장면은 단연 압권.

앞서 말했듯이, 사실 사전 정보를 안 봤다고 해서 이해가 잘 안되거나 그런 작품은 아니다.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나름의 장점이다. 미국의 60년대는 우리의 80년대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강하다. 격동의 민주화의 과정을 겪었던 민족이라 어색함보단 오히려 더욱 이입할 수 있으며, 이미 익숙한 영화인 <변호인>이나 <1987>등의 영화와 꽤나 비슷한 경향이 있다. 그 때문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사건임에도 확고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마음을 울리고, 이미 답이 정해져있는 재판, 극 중 언급한 것에 따르면 정치 재판이라는 개념을 보면서 감정이입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편이다. 세계가 보고 있다는 재판, 미국은 그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가. 아론 소킨 감독은 아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작품이라는 것도 나름의 묘미.

캐스팅이 화려한 만큼 배우들의 시원시원한 연기력을 보는 맛도 있다. 톰을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이 입증된 믿고 보는 배우인 만큼 엄청난 아우라를 선보인다. 영화의 주연을 맡아 극을 잘 이끌어나간다. 어제 리뷰한 <스파이 브릿지>에서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고 말한 배우 마크 라이언스가 나오는 것도 필자 입장에서는 나름의 관전 포인트였다. <스파이 브릿지>에서도 느꼈듯이 정말 베테랑 배우의 품격이 느껴지는 연기력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조셉 고든-레빗은 시카고 7을 구속시키려는 적대적인 인물로 나오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슐츠 검사를 잘 연기했으며, 조연이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마이클 키튼은 극의 전환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배우는 애비 역을 맡은 사샤 바론 코헨.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영화를 보면서 정이 가장 많이 든 캐릭터인 애비를 정말 잘 연기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엔딩 신은 정말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다. 어쩌면 작위적이기도 하며 뻔한 레퍼토리일 수도 있겠지만, 마땅히 해야 하는 고인에 대한 존경이라는 슐츠 검사의 말처럼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감동적이고 통쾌했으며, 이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생각된다. 의미 없는 전쟁에 희생된 젊은이들을 잊지 말자.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점이 어쩌면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말 재밌고 흥미롭게 만들었다는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이렇게 뻔한 스토리로 이런 재미있는 영화를 아무나 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만족했던 넷플릭스 공개작이었으며, 왜 아카데미 후보에 거론되는지도 알 거 같다.




총점 - 8.5
마침내 세계가 보게 된, 악독했지만 위대했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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