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Oct 21. 2020

<마이 리틀 자이언트/The BFG>

스필버그보단 디즈니의 입김이 더 강했던.

워낙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대작들을 만들어낸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가장 잘 하는 장르의 영화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그의 초기작들을 살펴보면 판타지를 주제로 한 가족 영화들이 많았다. 당장 <이티>만 해도 엄청난 대작 아닌가. 그런 스필버그와 주로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들을 만드는 디즈니가 만났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로 심심했던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다.




영화는 런던의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소녀 소피가 모두가 잠든 밤 우연히 인간 세상에 나온 거인을 보게 되고 그에게 납치되어 거인 나라로 오지만, 사실 그 거인이 착하지만 외톨이이며 꿈을 채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로 친해져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고, 훌륭한 가족 영화로 볼 수는 있지만 많이 평범한 것이 사실이다. 스필버그 특유의 따뜻한 느낌보다는 디즈니의 입맛에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알라딘> 정도를 제외한 디즈니에서 제작한 실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영화도 디즈니 실사 영화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든다. 전반부는 나름 신선한 편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산으로 가더니 결국 임팩트 있는 장면은 나오지도 않고 급급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너무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디즈니식 엔딩이었다고 해야 하나.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마이 리틀 자이언트>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관이다. 이를 아름답게 시각화한 점은 영화의 큰 장점이다. 또한 꿈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비슷하지만 나름의 독특한 장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거인이라는 소재와 이 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거인이라는 소재는 신선해 보이지만 이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레퍼토리는 거의 다 비슷비슷해 참신함보다는 조금 많이 본 듯한,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적어도 후반부 전개만이라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요즘 꽤나 눈이 가는 배우인 마크 라이언스가 연기한 거인 아저씨, BFG는 정말 따뜻하고 착한, 전형적인 스필버그가 추구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강하다. 선한 인상에 순진하면서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는 마크 라이언스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스필버그의 아역 배우 선정 능력은 이번에도 뛰어나게 발휘한다. 귀여운 외모에 당찬 성격을 가진듯한 루비 반힐은 소피라는 캐릭터에 정말 찰떡인 거 같으며,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묘미. <아이언맨 3>의 레베카 홀과 <쥬라기 월드: 폴린 킹덤>의 레이프 스폴 등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외로움을 겪는 한 소녀와 거인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외로워하는 모든 이들을 따뜻한 이야기로 위로한다. 이러한 위로를 세심하면서도 거침없는 연출로 전개해나가는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만들어낸 영화다.

여러 아쉬움들이 보이긴 했지만 훌륭한 가족 영화이며, 외로워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아름다운 위로와도 같은 영화다. 스필버그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총점 - 6.5
소피와 BFG가 전하는 외로움에 대한 귀엽고도 따스한 위로.
매거진의 이전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