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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7. 2020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난해하지만 취할 듯한 분위기의 매력 속으로.

앞선 포스팅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필자는 어느 정도의 난해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난해함이 주는 특유의 매력과 해석을 하거나 남이 해석한 것을 읽으면서 영화의 내용을 알아가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당장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라이트하우스>를 9점을 준 것에서 이웃분들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킨 난해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너무나도 난해해 내용조차 이해하기 힘들면 그저 그런 평을 주는데, <이제 그만 끝낼까 해>가 그 예다. 그런데 PTA도 이러한 상당히 난해한 영화를 만들었다. <인히어런트 바이스>가 바로 그 영화다.




영화는 1970년, 마약에 절어 사는 사설탐정 닥의 전 여자친구 샤스타가 억만장자이자 유부남인 자신의 남자친구가 있으며, 그의 부인과 그 부인의 남자친구가 그를 납치해서 정신병원에 넣을 생각이라는 말을 꺼내고 자신을 구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며칠 뒤 실종되어, 닥이 실종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상술한 것처럼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거지만, 이게 영화의 모든 내용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하고 난해하다. 소문난 만큼 엄청난 어려움을 지니고 있는 영화다. 서두에 말했듯이 난해한 걸 즐기기도 하지만 도저히 영문을 모를 정도로 난해한 상황이 펼쳐진다. 아마도 너무 많은 인물의 등장과 난잡하게 펼쳐지고 정리가 되지 않는 사건들이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다만 영화의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제대로 취향 저격한다. 네온사인 같은 분위기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영화를 한 번에 이해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의식의 흐름처럼 따라가면서 보면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PTA의 느낌이 가장 강렬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PTA의 영화답게, 이런 난잡함 속에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확실한 편이다. 대체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왔던 PTA는 이번에도 여러 문제를 지닌 인간들을 보여준다. 마약과 섹스, 그리고 돈에 취한 미국의 속내를 아주 확고하게 보여준다. PTA의 이전 작 <매그놀리아>나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보여주었던 미국의 모습을 더 많이, 그리고 더욱 복잡하게 보여준다. 상술한 세 가지 외에도 민주주의부터 시작해 자본주의, 반공주의, 히피, 범죄 카르텔, 영화, 백인 우월주의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의 미국의 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다만 굉장히 불친절한 구성으로 이를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하나의 서사를 확실하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분명 의도는 있었겠지만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워낙 유명한 명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은 역시나 장난 없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등장한 조커 중 최고로 꼽는 <조커>의 아서 플렉을 연기한 만큼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약에 취한 듯한, 약간 영혼이 나간 닥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잘 살려낸다. 재밌는 점은 <조커>의 아서 플렉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점이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눈길이 갔던 배우는 캐서린 워터스턴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여주 티나 골드스틴 역을 맡았지만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여기서는 그녀의 매력 발산을 아주 제대로 한다. 극 중후반부에 나오는 롱테이크 촬영에의 연기력은 아주 일품이다. 이외에도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웬 윌슨,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조쉬 브롤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베네시오 델 토로 등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악이 정말이지 끝내준다. 굉장히 힙하면서도 세련되고, 몽환적이면서도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너무나도 좋다. 정말 이렇게 끝내주게 탁월한 선곡 실력을 보여주는 PTA 영화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PTA의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촬영이 뛰어난 것처럼, <인히어런트 바이스>도 뛰어난 촬영, 특히 롱테이크 기법을 보여준다. 상술했듯이 중후반부 롱테이크 촬영은 압도적.

여러모로 좋았지만 PTA의 색깔이 짙어져 상당히 난해해진 점은 조금 아쉽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분위기에 취하기엔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총점 - 8
난잡하고 난해하게 전하는 미국의 여러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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