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Oct 30. 2020

<다즐링 주식회사>

과거를 놓아야만 따라갈 수 있는 미래.

이전부터 많이 이야기했듯이,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감독을 꼽으라면 무조건 나오는 이름이자,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는 감독인 웨스 앤더슨은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공고히 하는 감독이 저명하다. 필자가 가장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쿠엔틴 타란티노도 아니고, 폴 토마스 앤더슨도 아닌 웨스 앤더슨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감독인 웨스 앤더슨의 초기작인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그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영화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인도에 계신 어머니께 전하기 위해 툭하면 싸우고 다르고도 너무나 다른 세 명의 형제가 1년 만에 뭉쳐, 기차 '다즐링 주식회사'를 타고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우선 웨스 앤더슨의 영화답게 그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그의 거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반가울 그의 대칭 화면 강박증은 물론, 황홀하고 아름다운 미장센과 빈번하게 사용되는 클로즈업, 그리고 미치도록 매력적인 색감 등 그의 독특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 그의 시그니처인 대칭과 미장센들이 과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넘쳐나지만, 절대로 과하지 않고 절제된 느낌이 강하게 풍겨 웨스 앤더슨의 연출적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시간 31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약간의 밋밋함과 지루함이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긴 하다. 메시지에 비해 스토리는 별거 없지만,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선 스토리는 양념 정도로만 사용되고 그의 미장센을 보려고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은 정도다.

영화의 주된 내용인 세 형제가 인도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자신의 정보들을 숨기거나, 1년 동안이나 관계를 단절하며 살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관계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로드 무비의 성격으로 연출해낸 점이 인상 깊다. 또한 이러한 로드 무비를 웨스 앤더슨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섞어 꽤나 재밌게 나타내는 편이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린 일,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다. 과거의 짐을 지니고서는 미래를 향해서 떠나는 기차를 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메시지를 단번에 알려주는, 아버지가 남긴 짐들을 버리고 기차에 올라타는 엔딩 신은 압권이다. 기차 여행이라는 로망과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 인도 배경을 보여주며 여행 욕구를 끓어오르게 하는 점도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주연 배우인 오웬 윌슨과 애드리언 브로디, 그리고 제이슨 슈왈츠먼 모두 인상적이다. 이 세 배우들은 코믹함에 있어서 큰 기여를 하는데, 오웬 윌슨은 비주얼부터 웃음을 유발하며, 애드리언 브로디는 특유의 매력을 주고,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단역으로만 만나봤던 제이슨 슈왈츠먼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술했듯이 웨스 앤더슨의 코믹함이 이 매력적인 배우들을 만나 더욱 극대화된 점이 있는 거 같다. 이 세 배우의 케미 또한 상당히 좋아, 이들의 티격태격하는 진짜 형제들 같은 모습을 보는 재미도 꽤나 있다. 초면인 리타 역의 아마라 캐런 배우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가 첫 작품이던데, 상당히 매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르판 칸이나 빌 머레이, 나탈리 포트만 등 단역, 카메오로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웨슨 앤더슨 영화를 리뷰하면서 색감과 촬영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이자 최고 히트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분홍빛 계열의 색, 또 다른 대표작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푸른빛 계열의 색이 돋보였다면, <다즐링 주식회사>는 노란빛 계열의 색이 돋보인다. 이 노란색은 인도의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영화의 미장센을 극대화한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대칭 촬영과 클로즈업도 영화의 묘미. 특히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부각되는 클로즈업 촬영은 필자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다.

웨스 앤더슨의 로드 무비고, 그의 독특한 특징들을 한껏 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다. 비록 짧은 러닝타임에 비해 밋밋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지만, 충분히 좋았던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다.




총점 - 7.5
미래로 가는 기차를 쫓아가기 위해서 놔줘야 할 과거의 짐.
매거진의 이전글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