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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31. 2020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아마도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을 텐데, 긴 호흡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오래 끌고 가는 드라마의 특성을 별로 즐기지 못하는 취향으로 인해 꽤나 오랫동안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상술한 것처럼 많이 지루해질 때도 있으며,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거나, 혹은 많은 에피소드가 부담스럽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서 정말 빠질 거 같은 드라마가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넷플릭스 신작 공개 작품들을 살펴보던 중, 정말 눈에 확 들어오는 드라마가 있었다. 꽤나 관심을 가졌던 체스를 소재로 한데다, 현재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이라니. 안 볼 수가 없었던 드라마, <퀸스 갬빗>이다.




드라마는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고아원에 보내진 베스 하먼이 건물 관리인에게 처음 체스를 배우고 난 뒤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계 최정상에 올라선 후, 온갖 고난과 역경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굉장히 빠르고 스피디한 전개로 초반 에피소드의 몰입도는 정말 환상적이다. 덕분에 극이 흘러가는 내내 지루한 부분은 전혀 없으며, 에피소드 하나 당 40분에서 1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가진 점과 7부작의 미니시리즈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베스 하먼이 타고난 천재, 이른바 먼치킨 캐릭터라는 점에서 연출력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겠다는 예상을 했는데, 초반부에는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정상의 자리에서 겪는 고뇌와 극복 등의 흥미로운 전개보다는 계속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었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체스를 몰라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은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애초에 체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체스 전략의 명칭과 설명이 약간 등장하는 것뿐, 대국 장면도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것이 다반수다. 때문에 치열한 두뇌 싸움을 기대하고 본다면 좋은 평을 내리지는 못할 듯하다.

다만 체스 대국의 승리에서 오는 나름의 희열감은 충분하다. 베스 하먼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어쩌면 뻔한 결과로 치부될 수 있지만서도 완급조절이 빼어난 연출력 덕분에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체스라는 보드게임을 이용해 이 정도로 조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다니. 이 점은 상당히 좋다. 어쩌면 체스라는 게임에 빠져버릴 수도 있을 듯하다. 어릴 적 겪은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외로움, 혹은 감당하지 못할 천재성으로 인한 여러 중독과 고난에 빠진 베스 하먼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나름 잘 그려내지만, 그녀가 이를 딛고 일어서 극복하는 과정이 너무 밋밋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하나의 사건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러 사건들이 막 펼쳐지는 데다 드라마의 빠른 전개로 인해 내용을 놓치거나 까먹기도 십상이며, 너무 쉽게 풀어지는 갈등과 우연에 기댄 전개 등의 부분들도 조금 아쉽다.

베스 하먼 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는 드라마의 확실한 장점이다. 정말 극을 압도하는 매력을 선사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다.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드라마를 건드리게 만든 장본인인데,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불안정하면서도 빼어난 실력을 지닌 체스 선수 베스 하먼이라는 캐릭터를 200배 살려내며, 별다른 대사 없이도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는 감탄만 하게 만든다. 매력적이고 이쁜 마스크는 덤. 드라마를 보면서 안야 테일러 조이가 눈이 정말 크고 이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의외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뉴트 역으로 유명한 토마스 생스터와 최근 <올드 가드>와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로 넷플릭스와 열일하고 있는 해리 멜링도 비중 있는 배역으로 나와 반갑다. 이들의 케미 또한 보는 재미를 상승시킨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극 중 베스 하먼의 어린 시절로 나오는 이슬라 존스톤. 어린 나이임에도 베스 하먼의 어릴 적 모습을 아주 잘 연기해내며, 드라마의 오프닝을 휘어잡는 아우라는 범상치 않다.

아무래도 여성 선수가 드문 종목인데다 시대 배경 또한 그렇다 보니,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와 여성 캐릭터 및 서사를 구축하는데 집중하지는 않더라도 힘을 쓰는 편이며, 꽤나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리는 미장센과 드레스를 비롯한 의상, 그리고 여러 도시의 풍경들과 건물들은 보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기는 했지만, 나름의 흥미진진함과 안야 테일러 조이의 압도적인 매력에 빠지게 된 드라마, <퀸스 갬빗>이다.




총점 - 8
확실히 압도적인 안야 테일러 조이의 매력,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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