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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30. 2020

<콜/The Call>

이 식상한 소재에 떠오르는 건 오직 전종서뿐.

코로나19로 영화 시장이 말이 아니다. 개봉일 연기는 물론이요, 견디다 못해 넷플릭스나 VOD 등으로 도망쳐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이런 넷플릭스 행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인데다, 극장에 가기 꺼려 하는 관객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지만, 극장이 주는 몰입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넷플릭스 행을 선택한 영화가 줄줄이 평이 좋지 못하자,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작품성이 안 좋으니 넷플릭스로 도망간 게 아니냐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행을 선택한 <콜>도 그러한 의심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영화 <콜> 리뷰다.




영화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연이  낯선 여자 영숙과 통화를 하게 되고, 영숙이 20년 전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서연은 아빠가 죽었던 자신의 과거를 바꿔달라며 영숙의 미래를 알려주게 되는데, 예기치 못하게 영숙이 폭주하면서 서연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위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반부터 너무나도 빠르게 전개하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다. 집에 왜 왔는지부터 해서 엄마와 사이는 왜 안 좋은지, 핸드폰은 왜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과거의 인물과 전화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들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그래서 초반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고 한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단점을 가진다. 또한 쓸데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거슬리기도 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구성은 너무나 아쉬웠다. 중반부는 긴장감을 바짝 올려놔서 더욱 그랬다. 개인적으로 결말은 좀 별로였는데, 싱거운 결말보다 쿠키영상 같은 장면이 조금 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쿠키 영상은 없었으면  부족하더라도 안정적이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다 보니 식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당장 드라마 <시그널>이 연상되는 고일대로 고인 소재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있을까. 때문에 <콜>도 어쩔 수 없이 극이 전개되는 과정은 너무나도 식상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론 요즘 넷플릭스에서 많이 보이는 참신한 소재를 식상하게 풀어내는 영화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식상한 것을 식상하게 풀어내는 것은 안전빵이긴 하니까.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조금 완화해 주는 것은 개연성은 내팽개치더라도 서스펜스 하나는 챙겼다는 점이다. 초반부의 물음표를 지나가면 펼쳐지는 긴장감과 몰입도는 정말 최근 개봉한 여느 영화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스릴러 장르의 본분은 어느 정도 해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의 삶도 바뀐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는 영화 특성상, 파고들면 왠지 오류가 넘쳐날 것 같지만 이러한 고증 오류는 무시하고 봐야지 영화를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보면서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이 꽤나 있다는 점은 아쉽긴 하다.

영화를 보기 전 스포 없는 리뷰들을 조금씩 살펴보니 전종서 배우의 이야기만 수두룩하길래 내심 기대를 하고 봤다. 그럼에도 정말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전종서다. 초반부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지만 중반부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전종서 때문이다. 그 광기 어린 웃음과 눈빛은 잊을 수가 없을 정도다. 아직 <버닝>을 보지는 못했는데, <버닝>은 물론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더욱 기대되게 만들었다. 블로그에서 연기를 잘하면 잘한다고 하지 대놓고 아쉽다고 말한 적은 별로 없는데, <#살아있다>때부터 느낀 거지만 박신혜는 연기를 못한다기보다는 정극 연기와는 조금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워낙 고정된 이미지인데다 드라마 장르에 더 맞는 듯한 연기톤은 조금 아쉽다. 게다가 상대역 전종서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바람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김성령과 이엘을 비롯한 조연들이 훌륭하게 서포트해 주지만, 주연 배우 두 명의 갭이 너무나도 컸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콜>은 등장인물이 꽤나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캐릭터들을 너무 쉽게 죽여버리거나 살리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후반부에 갈수록 조금 루즈해지고 몰입이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한국 영화들은 대사에 왜 이렇게 욕이 많은지 궁금할 정도다. 물론 필자도 욕을 간간이 사용하고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완화된 규제에 신이라도 난 걸까 조금은 이상한 포인트에서 욕이 난무하는 바람에 조금은 거슬린다. 저런 상황에서 저런 욕이 나올까 궁금한 정도. <사냥의 시간>만큼은 아니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스릴러 장르의 장점은 너무나 잘 챙겨놓았지만 소재 자체의 아쉬움을 비롯해 여러 가지 단점들이 눈에 보였던 영화다. 물론 전종서의 연기 하나만큼은 압도적이었다는 것에서 나름 만족해서 많이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웠던 작품, <콜>이다.




총점 - 6
이 식상한 소재에 떠오르는 건 오직 전종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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