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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26. 2020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손을 놓는 선택을 알려준 것도 결국 가족이란 것.

<6 언더그라운드>부터 <익스트랙션>, 그리고 <올드 가드>까지 오락 영화를 많이 내놓던 넷플릭스가 1년 사이 아카데미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많이 제작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OTT 플랫폼으로 어쩔 수 없이 옮겨간 영화도 많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언젠가 오게 될 것이었고,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울 뿐이다. 어쨌든, 이번 주부터 연말까지 아카데미에서 주목하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올 텐데,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오늘 리뷰할 <힐빌리의 노래>다.




영화는 예일 법대생인 J.D. 밴스가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약물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간 엄마를 보러 가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되짚어보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거리만 보고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 시작도 흥미로웠고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을 이용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J.D. 밴스의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꽤나 괜찮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후술하겠지만 어쨌든 영화는 결국 가족은 소중하고 주인공은 성공하게 된다는 일종의 상투적 결말로 끝을 맺는데, 의도는 알겠으며 감정적인 접근은 잘 하는 편이지만 관객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내용이다. 가족 이야기에다 여성 서사를 곁들인 전개는 시도는 좋았지만 연출력과 스토리가 이를 받쳐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할 거리는 상당히 많은 영화다. 서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이를 감추고 살며 서로를 헐뜯고 미워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그 힘들고 어려운 과정 자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가족이라는 치유제로 극복한다는 것을 쉽게만을 볼 수 없다. 다만 극 중 인물들의 다툼과 화해, 용서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져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재를 그냥 흘려보낸 점은 상당히 아쉽다. 특히 J.D.가 변화하는 그 순간과 과정이 너무나도 급작스러워 당황했다. 손을 잡고, 놓는 선택이라는 점은 아주 잘 이용한 것 같다. 손을 잡아줄 줄도, 그리고 때로는 손을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또 손을 놓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나아가기 위해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포기하지 말고 손을 놓아 이겨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가족이라는 점도 공고히 하면서 나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긴 하다. 그렇기에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더욱더 아쉽다.


영화의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극장 선 개봉을 했을 때 극찬하는 평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의 연기력은 기대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만족했다. DCEU의 로이스 레인으로만 만났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던 에이미 아담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컨택트>에서 놀라운 임팩트를 보여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비록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같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력이 뛰어난 작품들을 몇 개 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퍼포먼스는 단연 압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비록 필자에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노바 프라임으로 익숙하지만 <101 달마시안>, <더 와이프> 등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명배우 글렌 클로즈도 엄청나다. 개인적으론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조금 더 맘에 들었는데, 정말 엄청나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린지 역의 헤일리 베넷. 앞서 두 배우처럼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연기를 보여주어 놀랐다. 기대를 충족시켜 준 이들의 연기력이다.


포스터나 스틸컷에서처럼 보이듯이 힐빌리의 푸른 자연을 보여주는 영상미도 아름답다. 비록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싱그러운 시골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스 짐머가 참여한 음악도 좋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영화에서 한스 짐머의 음악을 듣는 게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아주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바로 분장이다. 영화가 끝나고 실제 할머니와 베브 밴스가 나오는데 정말 놀랍도록 똑같다. 개인적으로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만큼이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 듯하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 린지는 정말 예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 그 이유를 모를 정도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약물 때문인 것 같은데, 15세로 판정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 정도. 전체적으로 준수한 영화였지만 연기력을 제외하고는 크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소소하게 보기 좋은 정도의 영화.




총점 - 7
손을 놓는 선택을 알려준 것도 결국 가족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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