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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5. 2020

<카우보이의 노래>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한 경계 위에 서부극의 매력 한 스푼.

세계적으로 이름 좀 날린다는 거장들도 넷플릭스와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넷플릭스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2017년엔 봉준호, 2018년엔 알폰소 쿠아론, 2019년엔 마틴 스콜세지, 2020년엔 데이빗 핀처 등, 들어보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들이 넷플릭스와 함께 작업해 우리들을 찾아오고 있다. 넷플릭스를 보지 않을 때도 이들 작품들은 굉장히 익숙하게 들려왔는데, 코엔 형제가 넷플릭스와 작업을 했다는 점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코엔 형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카우보이의 노래> 리뷰다.




영화는 무법자들이 널린 서부 개척 시대, 먼지뿐인 사막과 도시를 배경으로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아서 상관은 없었다. 동화나 소설을 읽어주는 분위기로 희극과 비극이 교차되는 코엔 표 블랙코미디 이야기를 들려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미나고 화려한 에피소드로 이목을 끈 뒤 진중하며 여운이 남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마지막엔 관객에게 질문까지 던지는 전개에다 화끈한 묘미를 지닌 서부극의 매력 한 스푼을 더하니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4의 벽을 부수는 등의 독특한 연출도 인상적이며, 그들의 유머 감각까지 아주 탁월하게 발휘된다. 비록 2시간 12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후반부로 갈수록 진중해지기만 하는 바람에 피로감이 쌓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에 서있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사랑이나 성공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6가지 에피소드 모두가 인상적이었지만, 강하게 뇌리의 박힌 에피소드 3가지를 고르자면 첫 번째 '카우보이의 노래'와 세 번째 '밥줄', 그리고 다섯 번째 '낭패한 처자'인데, 익살스럽거나 여운이 남는, 그런 에피소드들이다. '카우보이의 노래' 에피소드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굉장히 재밌어서 이목을 확 끈다. 개인적으로 6개 에피소드 중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지만서도 너무나 익살스럽고 재미나다. '밥줄'은 버려지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여운이 상당히 많이 남았던 에피소드다.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달력이 뛰어나고, 쉽게 버려지고 대체되는 예술가에 대해 보여준다. '낭패한 처자'는 상당히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흥미로운 장면도 나오고, 무엇보다 부제목과의 연결이 너무나도 뛰어나다. '아서는 빌리 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라는 부제가 아주 여운 있게 다가올 것.

출연진들도 상당히 화려하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배우 팀 블레이크 넬슨이다. 개인적으로 생소했지만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잠깐 만났던 배운데, 굉장히 익살스러운 연기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재밌다.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도 맘에 들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활약했던 리암 니슨과 해리 멜링은 임팩트가 상당히 강했다. 리암 니슨이야 워낙 베테랑이고, 해리 멜링은 최근 많이 보이는 배운데, 역시 넷플릭스에서 열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잠깐 얼굴을 비췄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조이 카잔도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열연하며,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갱스 오브 뉴욕>에서 인상 깊었던 브렌단 글리슨 배우도 출연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 톰 웨이츠도 강렬하며, 대체적으로 연기력이 출중해 아주 볼 맛이 나는 작품이다.

웨스턴을 너무나 잘 연출해낸다. 특히 그 시절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구현한 모습은 놀랍다. 의상부터 시작해 술집을 비롯한 건물, 그리고 마차 등의 이동 수단까지 아주 찰떡이다. 그리고 촬영도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촬영이 가장 돋보였던 에피소드는 네 번째 에피소드인 '금빛 협곡'인데, 미국의 광활한 대자연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음악이다. 그 시절에 걸맞은 컨트리 송이 에피소드마다 흐르는데, 취향에도 맞아서 아주 좋았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마티 로빈슨의 노래가 상당히 좋다.

넷플릭스 옴니버스 영화여서 조금은 놀랐지만, 여느 코엔 형제의 영화와 비교해서 손색없을 정도의 완성도와 재미다. 러닝타임이 짧지는 않지만, 시간이 나면 한 번쯤은 보면 좋은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다.




총점 - 9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한 경계 위에 서부극의 매력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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