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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10. 2020

<오버 더 문/Over the Moon>

진부한 중국식 화법에 화려한 영상미 한가득.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물론 중국 자본을 가지고 제작한 영화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긴 하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특히나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더더욱. 중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2019년에 두드러졌는데, <백사: 연기>를 시작으로 디즈니나 지브리와 같은 메이저 애니메이션 회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나타지마동강세>가 나타나면서 중국도 이제는 애니메이션 강국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대중적이지 못하고 아쉬운 점이 종종 보이는데, 이번에는 넷플릭스와 협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이다.




영화는 일찍 떠난 엄마가 들려준 달의 여신 '항아' 이야기를 굳게 믿는 똑똑한 소녀 페이 페이가 아빠가 재혼할 상대와 그 아들을 데리고 온 날, '항아'의 전설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말에 울컥해 '항아'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달로 가는 로켓을 만들고 달에 도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넷플릭스가 제작했지만 중국 자본이 들어간 덕분에 중국이 배경이고, 중국 신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자기부상 열차부터 우주 기술, 그리고 탁구 등을 보여주면서 교묘하게 나타내고 있지만 반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시작부터 엄마를 떠나보내는데, 많이 봐왔던 소재라 전개부터 갈등까지 조금은 전형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지울 수 없다. 그리고 항아가 등장하고서부터 조금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는데, 극이 분리되고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과거는 과거대로 보내고, 지금의 삶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삶을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는 나름 잘 전달하지만, 2019년부터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였던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점이나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급급해 갈등이나 사건을 너무 쉽게 해결해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는 그래픽만 봐서는 이게 디즈니/픽사인지 아니면 중국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룬 CG도 돋보인다. 거기에다 핸드드로잉 기법도 적절하게 섞어내고, 캐릭터에 대한 행동이나 표정의 묘사도 아주 뛰어나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거기에다 판타지 공간을 구성하는 화려한 영상미와, 이를 장식하는 중국 특유의 형형색색의 화사한 색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나름 뛰어나지만, 과학적인 기술과 판타지 사이의 괴리감을 잘 해결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다만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노래까지 추가되는데, 대부분 적절한 타이밍에 노래가 나와 활용도도 만족스럽다. 물론 노래의 퀄리티는 <겨울왕국>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비교했을 때 웅장함이나 화려함, 중독성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쁘지 않으며 앞으로가 기대되는 수준이다. 비록 가사가 단순하고 별 의미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애니메이션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성은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과하고 불규칙하기도 하며, 쉽게 바뀌는 경향이 있어 캐릭터 감정에 이입하기가 쉽지 않고 결국 인물들의 갈등도 억지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각각의 사연을 나름 잘 설명하는 편이지만 상술한 너무나 쉬운 갈등 해결로 인해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한다. 올라프 등을 모티프로 삼은 동물 캐릭터들은 귀엽기는 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수준은 아니며,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임팩트가 미미한 점은 상당히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의 아쉬움을 빼어난 성우진으로 무마하는 편이다. 특히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이 상당히 돋보이는데, <서치>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올라간 존 조를 비롯해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시리즈에서 열연한 산드라 오, <트랜스포머 3>,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주조연, 그리고 카메오 등을 자주 맡은 켄 정까지 아주 화려하다. 물론 목소리만 나와 이들의 매력을 전부 느낄 수는 없지만, 확실한 특장점으로 작용한다.

유머도 간간이 나오는 편인데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빵 터지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이면 꽤나 괜찮은 유머들로 차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이걸 보고 몇 장면이나 웃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 시간이 잘 가서,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킬링타임 용으로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

오로지 신화적 판타지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만 연출해낸, 나름의 정면돌파를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부분들을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작품이다. 화려함은 출중한, 가족과는 보기 괜찮은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이다.




총점 - 5.5
진부한 중국식 화법에 화려한 영상미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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