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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21. 2020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갈등과 차별이 만연한 공간 속에서 보내는 그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 한 곡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OTT 플랫폼에서 공개된 작품들도 후보작에 다수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코로나19 때문인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연말 OTT 서비스에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데이빗 핀처의 <맹크>부터 <힐빌리의 노래>, 뮤지컬 <더 프롬>, SF <미드나이트 스카이>가 차례대로 공개되었고,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명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유작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가 이번에 나왔다.




영화는 1927년, 시카고의 한 녹음실에서 블루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마 레이니와 그녀의 밴드가 모이고 녹음을 하던 중,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그 결과를 그려낸다. 일단 블루스라는 약간 생소한 음악 장르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몰라도 보는데 상관은 없으며, 오히려 블루스에 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음악 자체가 중요시되기보다는 마 레이니와 그녀의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그 시절을 잘 풀어나간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인 블루스. 백인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영화와 조금 다른 분위기였는데, 어거스트 윌슨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극적인 느낌이 물씬 들며, 대사량도 상당히 많고 그 톤도 연극적인 톤이다. 이러한 연극적인 부분을 잡아내느라 초반부가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후반부부터 몰입도가 상당히 뛰어나서 짧고 굵은 매력을 발휘해낸다.

영화는 큰 서사를 담고 있기 보다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서사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다. 마 레이니와 그녀의 밴드, 그리고 녹음실의 주인과 매니저의 갈등들을 담아내고 있어 별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흥미도 잡아내고 있으며, 조그마한 이야기를 가지고 흑인 차별이 만연했던 20년대 미국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차별받았던 사건들을 과거 회상도 없이 대사로만 전달하는데, 너무나도 잘 다가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들이 어느새 정형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영화는 몰입도가 뛰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간만에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다신 반복되어선 안될 암울한 역사와 그들의 삶에 담긴 애환을 콜라향이 가득한 재즈 노래를 곁들여서 묵직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마 레이니 역을 맡은 비올라 데이비스의 변신이 놀랍다. 비올라 데이비스인 것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변신이었는데, 싱크로율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정말 마 레이니가 돌아온 듯한 연기로 몰입도를 한 층 더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조연진에 있지만 주연보다 확실한 임팩트를 선보인 채드윅 보스만의 멋진 연기도 돋보인다. 그가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듯 펼치는 속사포 같은 대사와 감정 연기는 남우조연상 수상도 가능할 정도의 임팩트를 선보인다. 이러한 배우를 이제는 못 본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조연진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톨리도 역의 글린 터먼과 커틀러 역의 콜맨 도밍고, 그리고 슬로우 역의 마이클 팟츠 등 밴드 역을 맡은 배우들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작품 활동이 많지 않았던 테일러 페이지도 꽤나 매력적으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연기력은 출중한 영화다.

솔직히 연말에 나오는 OTT 개봉작 중 기대는 제일 안 했던 작품인데, <맹크> 다음으로 만족했던 영화다. 명작은 아니더라도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먹힐 만한 영화인 듯싶다. 지루할 줄 알았는데 나름 몰입도가 뛰어난 영화고, 채드윅 보스만의 멋진 연기가 강하게 남았던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다.


끝까지 명연기를 보여준 채드윅 보스만에게 경의를 표하며.

R.I.P 채드윅 보스만.




총점 - 7.5
갈등과 차별이 만연한 공간 속에서 보내는 그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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