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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08. 2020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당신은 전설이 될 수 있는가.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눈에 띄기 시작한 영화는 유튜브 영상에서도, 혹은 글이나 영화 퀴즈에서도, 또는 티비 영화 채널에서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바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나는 전설이다>가 딱 그 예이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 영상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영화 음악 퀴즈에도 나왔고, 심지어는 티비 영화 채널에서도 틀어주길래 하도 궁금해서 바로 관람했다. 이미 들어봤던 영화이기에 계속 담아두던 영화이기도 했고 꽤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해서 기대하고 보았다. 윌 스미스의 연기와 독특한 설정이 빛난 영화, <나는 전설이다>이다.



영화는 의문의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의 90%가 사망한 세상, 바이러스가 처음 퍼진 뉴욕에 혼자 남아 백신을 개발하며 생활하는 로버트 네빌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설정이 매우 독특한데, 일반적인 좀비 바이러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저 사람만 보면 무작정 달려드는, 지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반적인 좀비와는 달리, 피를 좋아하고 도구도 사용할 수 있는 뱀파이어의 성질도 섞여있는 신선한 괴물을 선보인다. 게다가 사람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개와 같은 동물들까지 감염되거나 공기로도 전파되는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른 좀비나 바이러스 소재와는 차별화되고, 이것으로 색다른 긴장감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나는 전설이다>는 겉으로만 보면 좀비를 주제로 한 SF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좀비라는 소재는 부가적인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함만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도시 혹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외로움, 그리고 그 상황에서 백신을 개발해야만 하는 사명감을 잘 드러낸다.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마네킹과 대화하거나 마지막 가족이었던 개를 직접 죽이면서 버티는 상황의 처절함을 잘 느끼게 해준다. 사실 극단적인 설정에서 관객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려면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데, 윌 스미스의 원 맨 쇼는 정말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윌 스미스 연기의 최고봉으로 꼽고 싶다.

독특한 설정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강점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크게 존재한다. 첫 번째는 철학적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저 신의 메시지는 존재한다는 식의 뉘앙스로 마무리한 것이 뜬금없으면서도 의아했다. 충분히 더 여운이 남게 결말을 매듭지을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너무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에만 치우쳐 일반적인 관객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 것은 알겠으나, SF, 깊게 들어가서 바이러스 장르의 영화로서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꽤나 많다. 장르 특성상 100분은 넘어가야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데, 9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영향인지 백신 개발이나 사람들의 패닉, 혹은 바이러스의 전염 상황이 아예 배제되거나 짧게 등장하는 것은 단점이다.

아쉬운 점에도 그저 화려함과 인위적인 긴장감만을 보여주기 급급했던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는 다르게, 인간의 고독함과 독특한 좀비 설정을 결합해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관객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든 윌 스미스의 명품 연기가 빛난, <나는 전설이다>이다.





총점 - 8.5
고독함과 사명감의 팽팽한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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