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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01. 2020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

진짜 가족의 따뜻함.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이자 최고 히트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빠지고 나서, 웨스 앤더슨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느낌과 상당히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색감이나 동화 같은 분위기가 강한 작품을 고르지 못해서인데, 혹시라도 웨스 앤더슨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의 특징들 또한 모두 볼 수 있는 작품, <로얄 테넌바움>이다.




영화는 테넌바움 가족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세계 정상급 재능을 보여왔던 천재들이고, 여러 성과들을 거뒀지만, 부모의 별거와 그리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로 인해 잊힌 상황에서 암에 걸렸다는 아버지 로얄 테넌바움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웨스 앤더슨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그의 색깔이 상당히 짙은 편에 속하며, 상술했듯이 그의 대표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비슷해 웨스 앤더슨의 입문작으로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웨스 앤더슨의 동화 같은 분위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처럼 강하게 풍기며, 대칭은 물론, 인물들의 과장된 행동이나 색감, 미장센, 고정된 듯한 카메라 워킹과 클로즈업 등의 그만의 특징들이 모두 돋보인다. 그리고 상당히 재밌다. 엉뚱한 대사를 무덤덤하게 하는 것에서 오는 그의 코믹함이 돋보이며,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웨스 앤더슨은 캐릭터들의 표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감정이 전달되게 하는데, 그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그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감독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초기작인 만큼 전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와도 비슷한 오프닝도 눈에 띈다.

가족이라는 가장 일차원적이면서도 소중한 구성원에 대해서 굉장히 재치 있고 발랄하게 그려낸다. 완전히 파탄 난 가족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또한 가족의 따뜻함을 비롯해 가족의 거의 모든 것들을 담아내고 보여준다.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흘러가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설명한다. 서로를 가지려고 하고, 서로를 이해해달라고 하는 건 진짜 가족이 아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것이 진짜 가족이며, 진짜 가족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서로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설 줄 안다. 엔딩 신에서 보이는 테넌바움 가족의 모습이 진짜 가족이다. 이외에도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지만 풋풋하고 귀여운 진짜 사랑 또한 그려내며, 개개인이 겪는 아픔을 보듬어주기도 한다.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눈에 띄는 배우들도 많다. 보통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선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묘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압권이다. 진 핵크만은 정말 못 말리는 로얄 테넌바움을 잘 연기했으며, 벤 스틸러는 강박증이 있는 채스를, 기네스 팰트로는 베일에 싸여 마성의 매력을 뽐내는 마고를, 루크 윌슨은 마고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리치를 아주 잘 표현한다. 웨스 앤더슨의 전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도 열연한 오웬 윌슨과 빌 머레이 모두 쏠쏠한 매력을 보여주는 편이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터미널>에서 인상 깊게 봤던 쿠마르 팔라나도 활약한다. 개인적으로 기네스 펠트로의 미모가 돋보였다. 이런 매력을 보여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이 가는 이 모든 가족들은 영화의 확실하고도 강력한 매력이다.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 후에 완전히 빠지게 되는 정말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인 가족들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워낙 여러 미장센들이 아름답다 보니까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로얄 테넌바움>에서의 음악이 상당히 좋다. 분위기와 색감에 딱 맞는 이런 경쾌한 음악들을 어디서 구해 오는 걸까. 이 영화를 비롯해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정말 뇌리에 박히는 음악들이 상당히 많다. 이외에도 영화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편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이 항상 그렇듯, 뭔가 과한듯한데 절대로 넘치지 않고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정말 확실한 매력이다.

웨스 앤더슨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실하게 드러나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 엄청난 강박의 매력에 또다시 빠지게 될 것이다.




총점 - 8
이해와 배려로 탄생하는 진짜 가족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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