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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06. 2020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부족함을 채우는 진짜 감정, 웨스 앤더슨의 또 한편의 동화.

요즘에야 그의 대표작들이 유명해지면서 한국에서도 웨스 앤더슨을 아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 중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존재한다. 웨스 앤더슨을 잘 모른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를 것이고, 좀 안다고 해도 그의 초기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나 <개들의 섬> 같은 작품들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오늘 리뷰할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이 가장 인지도가 낮고 저평가가 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웨스 앤더슨의 숨은 수작,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리뷰다.




영화는 한때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반응이 좋지 못한 해양 다큐멘터리를 찍는 해양학자 겸 영화감독인 스티브 지소가 7번째 다큐멘터리를 찍다 동료를 잃었지만 카메라를 놓쳐 그 장면을 찍지 못하고 동료를 먹어버린 '표범상어'를 8편에서 찾아내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한 뒤, 아들이라며 찾아온 네드라는 청년이 투자한 돈으로 영화를 찍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프닝부터 펼쳐지는 아주 독특한 구성으로 웨스 앤더슨의 영화라는 것을 확실히 하며, 그의 색깔이 상당히 많이 드러나는 영화 중 하나다. 정말 그와 비슷한 색깔을 가진 영화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게 웨스 앤더슨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단 배 위에서 생활하며, 독특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좋다. 또한 그의 주특기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선사하는 절제미와 판타지와 동화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는 점도 아주 좋다. 특히 독특한 해양 생물을 그리고 장으로 이루어진 영화 구성으로 인해 더 판타지스럽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중반과 후반 펼쳐지는 의외의 총격 신은 꽤나 스펙터클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웨스 앤더슨이 많이 그려내던 상실로 얻어낸 성숙, 그리고 관계 회복과 연대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도 담아내고 있다. 상처를 입고 어딘가 문제가 있거나, 또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상황을 펼쳐나가고 모험을 통해서 서로의 관계가 틀어질 때도 있지만, 결국 그 결과는 주인공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서로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혼자서는 버티지 못하며, 가족과의 연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아주 따뜻하게 전달한다. 또한 이를 한심한 아버지 캐릭터를 자주 이용해 관계 회복이라는 내용을 굉장히 아름답고 다양하게 그려내는 편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아버지는 없듯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하나의 사람일 뿐인 아버지의 모험을 통해 끈끈한 연대를 만들어내는 웨스 앤더슨이다. 다만 웨스 앤더슨의 단점이 어딘가 부실한 서사는 꽤나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 사단이 또다시 나왔다. 웨스 앤더슨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빌 머레이와 오웬 윌슨을 비롯해, <로얄 테넌바움>에서도 출연한 안젤리카 휴스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등장한 윌렘 데포와 제프 골드블럼, 그리고 웨스 앤더슨 사단은 아니지만 이제는 명배우 반열에 오른 케이트 블란쳇까지. 정말 엄청난 캐스팅으로 보는 눈이 즐겁다. 특히 눈에 띄는 배우는 케이트 블란쳇과 윌렘 데포. 케이트 블란쳇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름다우며 특유의 영국 억양이 매력적이고, <플로리다 프로젝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더 라이트하우스>에서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빨간 모자를 쓰고서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워낙 웨스 앤더슨 영화와 잘 맞는 빌 머레이와 오웬 윌슨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으며, 안젤리카 휴스턴과 제프 골드블럼의 임팩트도 상당한 편이다. 모든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표현하며 정이 들게 만든다.

영화의 독특한 매력은 바로 어색한 느낌이 강한 CG와 스톱모션으로 표현한 해양 생물들과 바다와 배에 관련된 무진장 아름다운 미장센들이다. 이는 상술한 판타지 동화의 느낌을 더욱 살리는데 일조하며, 이 어색함조차 굉장히 사랑스럽게 만드는 웨스 앤더슨식 연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주 부자연스럽지만 간간이 웃게 만드는 유머 감각 또한 탁월하며, 음악 선곡 역시 탁월하다. 기타 음악이 아주 일품인데다 연주자도 종종 보여줘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 모두 잡아낸다.

여러모로 웨스 앤더슨의 뛰어난 점이 들어간 영화지만, 상당히 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다. 그의 색깔이 생각보다 확고하게 드러나며, 아쉬운 점도 보이지만 나름 수작이라고 생각되는 작품,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이다.



총점 - 7
부족함을 채우는 진짜 감정, 웨스 앤더슨의 또 한편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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