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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08. 2020

<판타스틱 Mr.폭스/Fantastic Mr. Fox>

웨스 앤더슨의 사랑스러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별하고도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어떤 유명 배우들을 데려와도 그만의 인형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열연을 보여주기보다 무표정으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필자뿐 아니라 많은 웨스 앤더슨의 팬들이 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진짜 인형을 쥐여준다면? 그에 대한 아주 판타스틱 한 답을 내놓은 작품이 있다. 웨스 앤더슨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다.




영화는 12년 전 손을 씻고 가정적인 남편이자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는 Mr. 폭스가 새 집으로 이사 오면서 야생 본능이 깨어나고, 결국 3명의 악질 농장주의 물건들을 훔쳐 달아나자, 농장주들의 반격으로 인해 자신의 이웃 동물들과 모두 땅속에 갇혀버리게 되면서 자신을 비롯한 모두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애니메이션이지만 그의 색깔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을 보여주는 대칭 구도와 그만의 특별한 오프닝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웨스 앤더슨의 표현력을 아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이라서 그의 색깔이 더욱 잘 드러난다. 그의 영화에서 보이는 정말 어색하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너무 잘 어울리며, 그의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미니어처 느낌이 나는 장면들도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게다가 너무나도 재밌다. 그의 탁월하고 훌륭한 유머 감각이 절정인 작품이 아닐까 싶으며, 아주 유쾌해 지겹지 않고 재밌다. 애초에 러닝타임이 짧기도 하지만, 후반 30분은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볼 정도다.

영화는 판타지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물론 여우를 비롯한 동물들이 사람처럼 말하고 읽고 직업을 가졌으며, 인간들과 대결을 펼친다는 것부터가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이러한 설정이 웨스 앤더슨과 만나 더욱더 판타지 동화적인 분위기가 극대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상술했듯이 배우를 가지고 인형극을 했던 웨스 앤더슨이 진짜 인형을 가지고 그의 의도를 아주 마음껏 풀어냈으며, 이를 아주 부드럽게 제작한 스톱모션 기술도 꽤나 놀랍다. 상당히 화려하고 정교하다. <판타스틱 Mr. 폭스>도 웨스 앤더슨의 이전작과 같이 아버지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아버지 캐릭터를 그리면서 그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며, 연대와 화합을 통해 한 층 더 성장하는 Mr. 폭스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존재고, 우리 모두가 소중하다는 웨스 앤더슨만의 따뜻한 메시지는 관객들을 위로해 준다. 이외에도 탐욕적인 인간을 그린 세 명의 악질 농장주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환경적인 메시지도 전달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답게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사 영화 못지않게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우선 <오션스>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라 이제는 감독 활동까지 활발한 조지 클루니가 Mr. 폭스 목소리를, 명실상부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인 메릴 스트립이 Mrs. 폭스 목소리를, 웨스 앤더슨의 페르소나인 제이슨 슈왈츠먼과 빌 머레이가 각각 아들 애쉬 목소리와 변호사 베져 목소리를 연기했으며, 오웬 윌슨과 윌렘 데포도 코치 스킵과 쥐 랫 목소리를 맡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개인적으로 조지 클루니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목소리 연기에 놀랐으며, 메릴 스트립의 그 고급스러운 목소리는 정말 사람을 홀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이런 화려한 캐스팅으로 목소리를 듣는 데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애니메이션인데다 전체관람가라는 등급을 가졌다는 점도 나름의 장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다. 물론 어린 나이에 웨스 앤더슨의 색깔을 좋아하기에는 쉽지 않겠지만 가족 영화로 보기에도 나름 쏠쏠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그의 미장센, 촬영, 그리고 탁월한 음악까지 사랑스러운 그의 매력이 듬뿍 들어가 있는 수작이다.

그의 색깔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확실하게 드러낸 웨스 앤더슨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며, 매우 재밌고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수작인 웨스 앤더슨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다.




총점 - 7.5
탁월한 유머로 포장된 판타스틱한 혁명과 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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