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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10. 2020

<개들의 섬/Isle of Dogs>

유머로 가득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감독이었던 감독인 웨스 앤더슨은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대히트를 치고,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개들의 섬>이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4년 만에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이전 <판타스틱 Mr. 폭스>라는 작품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보였던 웨스 앤더슨이 이번에는 조금 더 발전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술을 보여주는 작품, <개들의 섬>이다.




영화는 미래,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개 독감이 퍼지자 일본의 광역시인 메가사키의 시장은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키고, 사랑하던 개 스파츠를 잃은 소년 아타리는 홀로 비행기를 몰아 섬으로 떠나 그곳에서 5마리의 개들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우선 그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정교함과 화려함이 돋보인다. 그만의 스톱모션에서 보이는 눈부신 스타일이 돋보이며, 이전 작 <판타스틱 Mr. 폭스>보다 더욱 정교해진 움직임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그와 더불어 그만의 확고한 특징이 애니메이션의 잘 녹아들어있다는 점 또한 앤더슨 표 스톱모션의 가장 큰 장점. 그의 넘쳐나지만 너무나도 좋은 미장센과 경직되고 과하게 보이는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대사, 그리고 무엇보다 대칭을 이루는 화면은 <개들의 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동화나, 우화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판타스틱 Mr. 폭스>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동물이 대립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과, 장으로 이루어진 영화 구성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거 같다.

인간과 개의 관계를 이용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각각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개 치프와 인간 아타리의 연대와 공감으로 서로의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확고히 한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트라우마가 있거나,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웨스 앤더슨의 특징 중 하나도 여실히 돋보인다. 또한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현재 모습을 신랄하고 위트 있게 비판하며, 심각한 환경 문제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느낌이 드는 배경 설정으로 다루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의 충성심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믿는 개들을 웨스 앤더슨의 무심한 듯 섬세한 연출로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부분들도 꽤나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나름 작품은 영화적 요소로만 봐야 한다는 신념이 있음에도 한국인으로서, 또 동양인으로서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선 배경은 미래지만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굉장히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물론 영화는 일본은 대놓고 찬양하는 식의 전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범기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 등의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또한 백인 캐릭터를 굳이 넣었어야 하나 싶은 의문도 들었다. 물론 백인 캐릭터가 주인공 급의 활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백인이 꼭 영웅적 행동을 해야만 하는가 싶은 궁금증도 들었고, 애초에 백인 캐릭터가 없어도 이야기는 잘 흘러갈 수 있는 양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다. 서양의 시각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의 일종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웨스 앤더슨의 영화 중 작품성으로도 가장 아쉬웠다. 애초에 웨스 앤더슨의 문제점으로 종종 다뤄지던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나, 우연성이 기댄 서사, 그리고 아쉬운 마무리 등이 조금 더 눈에 띄지 않았나 싶다. 또한 관계 구축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단점도 보인다.

주인공 라인에 거물급 배우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지는 않지만, 여러 유명 배우들과 웨스 앤더슨 사단의 배우들이 성우진을 맡았다. 우선 미드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치프를, 개인적으로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빅터로 기억에 남은 리브 슈라이버가 스파츠를 연기했고, 웨스 앤더슨 사단인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이 각각 렉스, 보스, 오라클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올해 초 국내 개봉한 <작은 아씨들>의 감독이자 <프란시스 하>에서 주연을 맡은 그레타 거윅이나, 스칼렛 요한슨, 제프 골드블럼, 와타나베 켄, 하비 케이틀 등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성우진도 실사 영화 못지않게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는 게 웨스 앤더슨 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웨스 앤더슨의 특징인 탁월하고 위트 있는 유머 감각 또한 돋보이며, 그의 강점 중 하나인 영화의 음악도 확고한 장점이다. 그만의 색깔이 충분히 들어가 있어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봐도 좋을 영화다.

여러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웨스 앤더슨의 대단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총점 - 6
이번에는 피하지 못한 부족한 서사와 오리엔탈리즘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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