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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12. 2020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느와르 장르와 가족 드라마의 부정교합.

걸작 <1917>을 내놓으며 2019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봉준호와 많은 부분에서 경쟁했던 감독인 샘 멘데스는 사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인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분 5개를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그 바로 다음 작품부터 심상치 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샘 멘데스의 두 번째 작품인 <로드 투 퍼디션>이다.




영화는 1931년 대공황 시대, 보스의 양아들이자 조직의 일원으로 중요한 일을 맡아 하던 설리반은 자신의 큰아들 마이클이 자신이 일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보스의 친아들인 코너는 이 사실을 누설할까 봐 설리반의 아내와 막내아들을 살해하자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 설리반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그린다. 개인적으로 연출력과 전개에 상당히 실망을 했던 영화다. 우선은 초반부터 느리고 약간은 불친절한 전개로 펼쳐지는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살리고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리기 힘들게 만들뿐더러 초반부에 갈피를 확실하게 다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느와르, 스릴러, 그리고 가족 드라마를 내세우는데, 이를 관객들에게 확고히 알려주지 못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아메리칸 뷰티>에서 보여주었던 흥미진진한 연출보다는 조금은 밋밋하고 잔잔한 연출력을 시종일관 보여주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지치고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의 캐릭터성조차 심심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 더욱더 화끈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쉽지가 않다.


우리가 흔히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는 <테이큰>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와 비슷하게 흘러가며, 어찌 보면 이러한 장르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당시에는 조금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너무나 식상하게 느껴지는 소재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메인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의 동기나 분량 자체나 너무나도 빈약하고 조악한 느낌이 강하며, 조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복수의 통쾌함이나 빌런과의 흥미로운 관계 둘 다 만족시키지 못한다. 거기에 가족 드라마까지 섞으려다 보니 갑자기 마이클과 설리반의 관계를 보여주거나 돈독히 하기 위해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어색하게 다가왔다. 상술했듯 느와르와 가족애의 부정교합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져주는데, 마이클이 과연 설리반은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면 나쁜 사람이었나라는 질문에 그저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는 대답을 한다는 대사로 미루어볼 때 설리반은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복수하는 단지 아버지였다는 점은 꽤나 뭉클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유명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영화다.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이자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스트 어웨이> 등 히트작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가 주인공 설리반을 맡았고, <내일을 향해 쏴라>의 폴 뉴먼, <가타카>, <에이 아이> 등에서 미모를 뽐낸 주드 로를 비롯해 <헤이트풀8>의 제니퍼 제이슨 리, <007> 시리즈와 <나이브스 아웃>의 다니엘 크레이그, 그리고 스탠리 투치까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톰 행크스가 상당히 진중한 역할을 맡아 조금 놀라웠다. 이외에도 여러 번 진중한 역할들을 맡기는 했지만 여전히 필자에겐 친근한 모습의 톰 행크스가 익숙했기 때문이다. 폴 뉴먼은 노련함을 잘 보여줬고, 주드 로는 미모가 돋보이는 역할에서 벗어나 설리반을 뒤쫓는 킬러 역을 맡아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분량이다. 분명 영화에서 주요한 사건의 원인이자 기점을 맡고 있는 캐릭터가 너무 분량이 적을뿐더러 허무하게 퇴장하는 모습이 강해 당황스럽기도 했다.


대공황 시대, 그러니까 근현대 미국의 모습을 아주 잘 재현해냈다고 보이며, 소품이나 의상도 꽤나 좋았다. 음악도 좋았지만 너무 분위기와는 들뜬 느낌이 강해서 몰입하기에는 조금 힘들기도 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다. <1917>이나 <아메리칸 뷰티>를 좋게 봐서 기대를 했을 수도 있지만, 실망감이 먼저 느껴졌던 샘 멘데스의 영화, <로드 투 퍼디션>이다.




총점 - 6
느와르 장르와 가족 드라마의 부정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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