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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13. 2020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Jarhead>

끔찍함과 허무함은 전쟁 그 자체에서 온다는 것을.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행위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 전쟁을 비롯해 베트남 전쟁,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진 이라크 전쟁 등, 전쟁은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리고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쩌면 군인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쟁이 군인들에게 주는 피해는 단지 죽음에 대한 위협이나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오는 정신 질환뿐일까? 이러한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해 주는 영화가 있다. 샘 멘데스의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이다.




영화는 할 일이 없어 무작정 해병대에 들어온 스워포드가 훈련을 하면서 전쟁을 하고 싶다는 생각지고, 마침내 걸프전에 참전해 사막으로 가지만, 계속되는 기다림만 그를 반기자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 스워포드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해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흔히 알려져 있는 군대의 거지 같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쇼트로 시작해 익숙한 'Don't worry, Be happy' 음악이 흘러나온다. 군인들의 마음가짐도 색다르다는 점도 여느 전쟁 영화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시종일관 활기차고 들뜬 분위기가 중후반부까지 지속되며, 굉장히 각오에 차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아주 잘 보여주면서 군인들의 광기와 전쟁의 허무함을 극대화한다. 임팩트 있는 장면들도 꽤나 많으며, 특히 석유가 불타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강렬하다. 다만 초반에는 색다르게 진행되어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밋밋한 연출과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쓸데없는 장면들도 생각보다 많았으며, 전쟁 영화의 장단점도 모두 지니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스워포드와 부대원들은 제대로 싸우지 않으며, 총 한 발을 쏴 보지조차 못한다는 가장 인상적인 차별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수입해오면서 부제를 붙이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전쟁이라는 부제는 영화 내용에 정말 딱 들어맞는 부제인 듯하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기다리다가 극한의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은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전쟁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지만 모든 이들은 전쟁의 피해를 입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얻은 승리의 허무함. 직접 전투에 참여하던 그렇지 않든 간에, 전쟁은 누구에게나 피해를 준다는 점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오랜 원정으로 인해 겪는 수많은 전쟁의 단점들을 색다르게 보여주며, 잔인한 전쟁의 진정한 끔찍함을 총격전 하나 없이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인한 광기를 비롯해 의미 없는 전쟁의 허무함과 아이러니를 모두 보여주는 영화다.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의 눈빛과, 스워포드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은 여기서도 빛난다. 최근 들어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이 드는 배우가 바로 제이크 질렌할인데, 스워포드라는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리는 배역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광기 어린 열연은 보는 내내 감탄만 하게 만든다. 정말 오랜 기간 사막에 머물러 미쳐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며, 동료에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장면은 정말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사한다. 사익스 상사를 맡은 제이미 폭스도 캐릭터에 정말 찰떡이다. 군대에 제이미 폭스를 데려다 놓는다면 정말 저럴게 될 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 또한 미쳐가는 군인들의 우두머리에 있는 사익스 상사를 아주 잘 표현했으며, 능청스러운 연기력도 정말 대단하다. 다른 샘 멘데스 영화들과 비교해서 유명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눈길이 가는 배우들도 많다. 피터 사스가드나 브라이언 게러티 모두 인상 깊은 조연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며,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군인들을 잘 표현한다.

전쟁의 끔찍함은 단순히 살상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전쟁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잔인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굉장히 색달랐던 전쟁영화,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이다.




총점 - 7
끔찍함과 허무함은 전쟁 그 자체에서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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