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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15. 2020

<어웨이 위 고/Away We Go>

떠나지 않음을 약속해 줄, 서로가 전부인 인생의 동반자.

샘 멘데스의 인생작 중 하나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갈등을 풀어내 보는 내내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애초에 가벼운 영화들을 만드는 감독이 아니었던 샘 멘데스였기에 <레볼루셔너리 로드> 이후 차기작이 어떤 내용을 풀어갈지 궁금했다. 그런데 내내 무거운 분위기만 창조해냈던 샘 멘데스가 이번에는 가볍게 보기 좋은 로드 무비를 하나 제작했다. 그럼에도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뛰어난 로드 무비 <어웨이 위 고> 리뷰다.




영화는 출산을 앞둔 버트와 베로나 부부는 버트의 부모님이 있는 그의 고향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하지만, 버트의 부모님은 갑작스레 해외로 떠난다는 소식만을 전하고,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진 버트와 베로나가 아이와 함께 살 완벽한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아보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상술했듯이 같은 부부 생활을 그리고 있음에도 전작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완전히 딴판인 분위기다. 우선 오프닝부터 굉장히 재밌고 코믹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도 즐겁게 끌고 간다. 여느 코미디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유머러스함과 동시에 따뜻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관계와 인생, 그리고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성격인데,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로드 무비가 주는 그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설레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아서 꽤나 만족하면서 봤다. 코로나19로 여행조차 가지 못하는 요즘 같은 때에 보면 더욱 좋을 영화인 듯하다. 보면서 여행 가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몇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지만 조금은 평탄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은 조그마한 아쉬움.

매사에 긍정적이고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부부를 보여주며 진정한 가족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를 던지는 굉장히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중 하나다. 꽤나 인상 깊은 장면들과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이 많았다. 영화는 서로, 그리고 아이에 대해 무한한 사랑을 보내고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이 버트와 베로나 부부가 정말로 행복하고 따뜻하며, 멋있는 부부이자 부모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영화 속 부부 중 가장 행복하고 이상적인 부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려면 괜한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그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교훈 또한 전해준다. 엔딩 또한 여운이 짙으며, 인상 깊다. 괜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영화의 장점은 가볍고 위트 있는 분위기지만 이러한 주제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다만 그와 동시에 완급조절이 살짝은 미숙한 부분도 보인다는 점은 단점.

솔직히 말하면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당히 임팩트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때론 능청스럽고 때론 진지한 연기를 잘 펼쳐냈다. 인기 미드 <오피스>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감독,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존 크래신스키는 멋진 남자친구 버트를, 개인적으론 PTA의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 만났던 마야 루돌프가 베로나를 맡았고, <다크 나이트>의 레이첼 도스를 맡았으며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이기도 한 매기 질렌할도 출연한다. 이들의 연기력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훌륭하게 뒷받침해 준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음악이다. 정말 로드 무비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여행 자극을 받았던 것은 시국의 탓도 있지만, 여행에 찰떡인 음악 때문도 있었다. 여행을 다닐 때 듣기 좋은 음악들이 널려 있으며, 컨트리 풍이나 재즈 음악 등 개인적인 취향에도 맞아서 더욱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수록곡들을 찾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싱어송라이터 알렉시 머독의 포크 송들은 너무나도 취향에 맞았다. <어웨이 위 고>의 어쩌면 가장 강력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평범한 로드 무비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행복과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든 작품이다. 샘 멘데스의 쉬어가기, <어웨이 위 고>다.




총점 - 7.5
떠나지 않음을 약속해 줄, 서로가 전부인 인생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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