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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16. 2020

<버드맨/Birdman>

쉴 틈 없는 화려함이란 날개를 달고 한 번 더 비상하다.

세기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길고 길었던 아카데미와의 악연을 끊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영향으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이미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수상작으로 이미지가 굳기도 했다. 물론 필자도 레오나르도의 수상을 상당히 임팩트 있게 기억하지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라는 감독을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냐리투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버드맨> 리뷰다.




영화는 한때 '버드맨'이란 슈퍼히어로 영화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잊힌 퇴물 배우 리건 톰슨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지만 주연 배우 마이크의 통제불능인 행동들을 비롯해 딸과의 불화, 그리고 평론가의 악평 예고까지 순탄치 않은 그의 연극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우선 영화의 촬영은 정말 경이롭다. 촬영계의 거장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감독한 <버드맨>의 촬영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모두 원테이크로 찍은 듯한 원 컨티뉴어스 숏은 정말이지 놀라우며 최근작인 <1917>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작품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버드맨>도 그런 류의 영화다. 촬영으로 압도하는, 필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였다. 그리고 흥겹고 경쾌하지만 엇박자인 음악, 특히 드럼 반주를 곁들인 카메라 워킹으로 조금은 독특한 느낌도 받았다. 이러한 롱테이크로 여러 인물들을 비추는 방식은 PTA의 초기작의 느낌도 물씬 나는 듯하다. 굉장히 빠르고 숨돌릴 틈 없는 전개로 현대의 대중예술과 평론가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의 매력도 충분하다. 그리고 초능력이란 설정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연출로 풀어내는 점과 실제 배우와 감독의 이름을 쓰는 것이 독특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각자의 고충과 트라우마가 있으며, 여러 이유들로 인해 현재 힘든 캐릭터들을 내세워 이들이 모종의 사건이나 관계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고 성공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들을 그린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제3자들의 억압과 평가에서 벗어나는 순간,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행복을 찾게 된다는 점을 경쾌하고 따뜻한 퇴물 배우의 재기 스토리로 아주 재밌게 풀어낸다. 이런 메시지를 잘 드러내는 리건이 하늘로 비상했음을 암시하는 엔딩 신은 단연 압권. 또한 그의 마음속에 있던 버드맨에 시달리던 리건이 쿨하게 그에게 꺼지라고 말하며 비상하는 것도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우리 인간은 길고 긴 두루마리 휴지 중 단 한 장에 불과한 기간 동안 존재했다. 그런 조그마한 인간사에서 우리가 이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려고 발버둥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엿 같은 것들에게서 벗어나면 이렇게 가벼워지는 것을.

명품 배우들도 상당히 많이 나오며, 그들의 연기력은 매우 압도적이다. 이미 수많은 영화들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한 마이클 키튼과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엠마 스톤을 비롯해 <행오버> 시리즈의 잭 갈러피아나키스, <킹콩>의 나오미 왓츠 등 명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정말 연기력으로 찍어누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휘몰아치는 마이클 키튼과 에드워드 노튼은 정말 놀랍다. 마이클 키튼도 엄청났지만, 개인적으로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은 진짜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서 이입이 더욱 잘 되었다. 폭발하는 연기력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강력 추천. 그리고 엠마 스톤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봤던 엠마 스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며, 하고픈 말을 쏟아내거나 약에 취한 듯한 연기는 두 주연 배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카데미 수상작은 괜히 수상한 것이 아님을 또 한 번 증명한 영화다.

굉장한 화려함으로 무장한 영화기도 하다. 영화적 곡예로 가득 찬 영화로, 모든 내내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경쾌하고 화려해 눈과 귀가 즐겁기도 하다. 다만 이게 너무 막 나가는 수준 직전까지 가기 때문에, 조금은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상당히 훌륭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며, 불행함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한 걸음을 나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해주는 영화기도 하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걸작, <버드맨>이다.




총점 - 8.5
쉴 틈 없는 화려함이란 날개를 달고 한 번 더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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