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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12. 2020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

최상급 재료를 그저 그런 요리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진부한 소재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면, 드라마는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승부를 본다. 얼마 전 리뷰했던 영화 <익스트랙션>은 진부한 소재를 장점으로 가려냈고, 드라마 <러브, 데스 + 로봇>은 뛰어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참신한 소재로 승부를 봤다. 그리고 여기, 흔한 기본 베이스에 흥미로운 소재들을 더해 신선한 설정을 가져온 드라마가 있다. 벨기에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어둠 속으로>다.




드라마는 태양의 자기장 역전 현상으로 인해 햇빛을 쐬면 죽는 대재앙을 피해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그린다. 웬만하면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겠지만, 이 드라마는 단점이 너무 명확해서 단점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드라마엔 현실 고증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장면이 난무한다. 보통은 너그럽게 봐주고 넘어갔을 문제지만, 이 드라마는 너무 과하다. 헬리콥터 조종사가 큰 여객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기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하거나,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인물들 같은 장면이 즐비하다. 또 의문이 들만한 장면이나 상황을 그저 대사 한 줄로 설명하고 넘어가거나 보여주어야 했을 장면을 삭제시키는 등의 아쉬운 장면도 있다.

드라마의 가장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그 해결 방법, 또 행동 동기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세상이 멸망하는 패닉 상황에서 인물들의 심리적 압박과 외적 갈등을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더 잘 할 수 있게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모든 등장인물이 그저 소리 지르며 화내는 것이 갈등 상황의 전부다. 또 갈등의 해소 방법도 그저 조용히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파트너가 되어버리는 방식인데,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인물들의 행동 동기도 아쉬웠는데, 특히 테렌치오가 투표를 하자며 성질을 내는 장면은 그를 단지 권력만을 원하는 유치한 캐릭터로 전락시켜버린다.

또 다른 단점은 클리셰가 가득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쓸데없는 키스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뜬금없는 로맨스 장면은 흐름을 끊고 긴장감을 확 낮춰버린다. 스토리를 한층 더 긴장감 있고 탄탄하게 끌어갈 수 있을 캐릭터들을 버리거나,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 것처럼 보였으나, 한순간에 퇴장해버린 캐릭터들도 많았다. 이 점은 후속작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는 하나,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끊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은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이야기가 루즈해지거나 반복되면 어느 순간 안 보게 되는데, 이 드라마는 하루 만에 정주행할 정도로 몰입도 하나는 뛰어났다. 여러 설명들을 포기하면서 러닝타임과 횟수를 줄인 것이 어쩌면 좋은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또 기존 미드에서는 발견할 수 없던 매력적인 배우들도 발견한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시즌이 나오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시즌 1은 그저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어서 그리 영양가가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았다. 참신한 소재였으나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드라마, <어둠 속으로>다.





총점 - 6
최상급 재료를 그저 그런 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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